정말 신기하다.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비젼이 마구 떠오른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일단 미래의 나를 위해 뉴욕에 도착해서 있었던 일을 짧게 요약 하면,
일단 첫날,
메가버스 내려서 airbnb숙소가 있는 동네까지 (사촌동생 하민이 학교와 아주가깝다) 지하철 타고 이동,
이동중에 맥도날드 앞에서 지도보려고 wifi연결하자 면조로부터 마왕의 부고소식 -_-
ㅅㅂㅅㅂ징징짜면서 지하철에서 20분정도 걸어서 숙소앞까지 이동.
엄청 커진 하민이 만나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올 때까지 기다림.
Vincent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이 근처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잠깐 나올 수 있었음.
매우 친절하고 성격이 엄청 깔끔해서 집이 진짜 깨끗함.
짐풀고 하민이따라 하민이 학교 구경, 맨해튼 스쿨 오브 뮤직. 음대 구경, 것도 맨하탄 중심의 음대!!
카페테리아에서 하민이가 학교카드로 점심을 사줘서 같이 먹음. 나름 먹을만한데 매일 이 음식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은 불만이 있는 듯. 음식들이 기름지고 소화가 쉬워보이진 않았음. 하민이 친구도 와서 피자 얻어먹음.
숙소로 돌아와 씻고 준비해서 오늘 있을 오페라를 위해 링컨센터로 향함.
가기전에 하민이 기술사에 들러 구경했는데 upper east 뉴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공간이었음. 침대도 짱좋고, 나름 2학년이라 갖가지 살림살이가 빼곡한 방. 부럽다. 미국 음대. 기숙사.
저녁은 이름 못보고 들어간 큰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 안에 홀푸드가 있다.
영국에서 본 것처럼 박스안에 원하는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퍼담고 박스값만 계산하는 시스템.
근데 음식 실컷 퍼담고나서 계산하는 곳 찾아 빙빙돌다가 보니 식탁이 나온다. 앉는다. 먹는다. 백화점을 나온다. ........... 응?! 계산은??? 모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속았다. 이를 어쩌지? 수많은 선량한 뉴욕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녁에 본 메츠 오페라는 마술피리! 아 근데 12시간 버스타고 와서 내리자마자 엄청 돌아다녔더니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더라. 대사할 땐 졸고, 아리아 때 깨서 그나마 아는 노래들은 다 들었다. 무대가 엄청나게 화려하고, 아이디어 넘치고 멋있었다. 피곤했고!
숙소 근처의 지하철 내려서 하민이가 조심하라고 한 흑형동네길을 빠르게 걸어 숙소 도착하자마자 씻고 실신.
둘째날,
늦잠잤다. 열시 넘어 깼다. 일단 부시시한 몸과 마음으로 버스에서 사놓고 못먹은 맥모닝 샌드위치를 먹었다. 냉장고에 놔뒀더니 엄청 딱딱했는데 물뿌려서 전자렌지 돌리니 맛있었다. 부랴부랴 씻고 MoMA로 향했다. 가는길에 사람들이 줄 많이 선 Halal Guys라는 트럭이 보였다. 나도 섰다. 자석에 붙듯이. 자연스럽게. 샀다. 길가에 앉아 먹었다. 맛있었다. 그런데 양이 기가막히게 많았다. 결국 절반은 못먹고 버렸는데 지금생각하니 너무 아깝다. ㅠ ㅠ 그렇게 맛있는걸 버리다니.
스타벅스가서 커피한잔 했다. wifi의 갈증도 좀 해결하고, 전시를 보러 일어났다.
3시간 30분정도 정신빼놓고 관람했는데 벌써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결국 1,2,3층은 내일 보기로 하고, (며칠간 같은 티켓으로 재입장이 가능하다) 스테이크 하우스로 갔다.
Old homestead steakhouse. 몇백년간 같은자리에서 뛰어난 맛으로 뉴요커를 사로집은 곳. 맛도 맛인데, 서비스가 정말 친근하다. 고기는 크고 두꺼웠다. 백년기업에서 볼 때부터 먹고싶던 티본 스테이크를 시켰다. 가뜩이나 큰 고기들 중에 이건 특별히 더 큰 것 같다. 장난아니게 맛있었다. 맛을 글로 표현하는건 불가능하므로 모두 방문해서 먹어보자! 면조를 꼭 데려와야겠다. 근데 결국 이것도 절반정도밖에 못먹었다. ㅠ ㅠ 무리해서 좀 더 먹었다. 어흑. 바보 위장아!!!!
하민이가 알려준 Uber계정의 프로모션 코드를 이용, 공짜 택시를 타고 링컨센터로 갔다. 오예! 뉴욕필을 실제로 보다니!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으로 시작했는데 엄청 달콤하고 낭만적으로 연주했다. 너무 좋아! 그 다음은 진짜 기대가 컸던 브루크너 8번 교향곡!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길고 웅장하고, 아무데서나 들을 수 없는 곡이기도 하지. 그러나 내 예상과는 약간 달랐다. 뉴욕필의 부드럽고 깨끗한 연주는 멋졌지만 브루크너 8에는 그다지 안어울리는 것 같았다. ㅠ ㅠ 그래도 참 좋았다! 브라보!
아마도 인생에 몇일 없을 호화판 하루였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이런날이 일년에 두번쯤은 있었음 좋겠다. 사실 평소엔 약간 절약하는 편이 더 재미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모마를 방문할 것이고, 시간이 되면 미드 맨하탄 라이브러리를 가는 길에 디자인 뮤지엄에 들를 것이다. 사실 지난 여름에 끝난 100년의 서체 디자인 전시가 진짜 좋았을거 같은데 놓쳐서 아쉽다. 게다가 쿠퍼 휴잇, 위트니 뮤지엄이 둘 다 공사중이라 내년까진 못본다. -_- 제길. 그래도 뉴욕은 볼 거리가 넘치는 도시이므로 이 것을 계기로 삼아 다시 와야겠다는 모티베이션.
그리고 꼭 면조를 데려와서 이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맛보여주고 싶다.
아 그리고 여행을 통해 꾼 꿈은, 그림으로 그려볼 예정이다. 오랜만에 예술 충만한 삶을 살다보니 영감이 막 떠오른다. 아~ 이 마른 사막의 단비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