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요를레이가 아프다.

데려온 첫날은 요를레이가 귀가 안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인연인지 나는 친동생이 청각장애가 있어서 청각장애 자체에 관심이 많다.

불러도 잘 대응을 안하는 것이 단순히 반응이 느린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하얀털, 특히 파란눈의 고양이들은 유전적으로 난청일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한다.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래도 동생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청각장애가 좀 불편할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다만 스코티피 폴드 종에게 나타나는 갖가지 유전병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자니

예쁜 순종아가를 위해 같은종끼리 교배시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새삼 마음이 아파왔다.

나조차도 예쁘다고 한눈에 반해 앞뒤 생각 안하고 데려와버린 처지이니 누굴 탓할 마음보다도

커가면서 관절에 이상이 나타나고, 관절염이라든지 보이지 않는 통증을 계속 느낄 이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직 관절에 대한 이상증세는 안보이지만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런지 힘이 넘쳐서 그런지 이놈은 계속 뛰어다닌다.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 모습만 보다가 달음박질 하는 모습이 좀 놀랍기도 하지만 일단 지켜볼 문제고...


문제는 어젯 밤에,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가 

시동생 커플과 함께 들어왔더니 낯선 사람들과 함께 들이닥치니 적잖이 놀랐을 거라곤 생각한다.

그래도 저녁내내 별다른 이상한 행동 없이 좀 경계만 하고 

잘 때도 침대로 스파이더맨처럼 뛰쳐올라와서 내 옆에서 장난치다 잠들었는데


새벽에 끼잉끼잉 소리가 나길래 왜그런지 살펴보니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내려 가는 것처럼 보였다.


내려주니까 구석으로 가서 토를 하는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면조한테 말하니까 아까도 화장실 데려갔더니 토하더랜다. 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도리도 없고 너무 걱정되고 애는 너무 아파보이고

걱정이 되서 잠자는건 포기하고 요를레이를 관찰했는데

토한 후로 계속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볼일을 보진 못했다.

늘 힘차게 모래 파서 볼일보고 힘차게 덮어놨었는데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물마시고 몇걸음 걷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잠들고

배가 빵빵하니 만지면 아파하고 ㅠㅠㅠ 너무 불쌍했다.


아침이 되서 샵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뭔가 집어먹은 것 같다고 하셨다.

증상이 심상치 않아 오픈 시간 지난 후 아침겸 점심 후딱 챙겨먹고 데리고 가서 보여드렸더니

체하거나 한건 아닌게 확실하고 집어먹은거 같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하셨다. ㅠㅠ

기운은 없고 배 아파하지만 일단 얼굴상태 보면 괜찮아 질 것 같다고 신경써서 지켜보다가

병원엘 데려가든지 조취해 주시겠다고 했다.


그 말 들으니 좀 안심이 되면서도 도대체 아는 것 하나도 없이 무식하고 나태한 내 자신이 너무 괘씸해졌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행동한 점, 뭐 해줘야지 생각하고 내일로 미룬 점 등등

한 생명을 책임진다고 데려온 주제에 왜이렇게 안일했던걸까.......

나 때문에 요를레이가 아프니 정말 누군가가 날 기진맥진 할 때까지 때린 것처럼 어마어마한 죄책감과 자괴감이 몰려온다.


아 진짜 미안해 요를레이야........

제발 힘내서 토하거나 배변 봐서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간절히 기도하고

책 사서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기다려야지........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