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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합시다.

아니 그러니까,
한국에서 학교 혹은 동네 친구들과
혹은 전혀 모르던 사이였지만 꽤나 취향이 맞아 친구가 된 사람들과
혹은 부모님, 선생님, 친지들과도
단 한번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해본 적 없다.

사랑 하냐 마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너는 '사랑'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냐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난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꽤나 오글거리는 주제에 대해 자주 의문을 던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사랑'이 키워드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고 하니,
공들여 세안하고 화장대 앞에 앉아서 얼굴에 토너를 칙칙 뿌리고 있자니
갑자기 옛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_=;;;;
(요약하면 *걍*)

캐나다에 처음 갔을 때 나도 남들처럼 랭귀지 스쿨에 등록을 해서 약 2개월 정도를 다녔는데,
그래머를 제외한 모든 클래스에서는 두달 내내 '사랑'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토론했다.
그러고 보면 워낙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공통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음악이나 영화 같은 캐주얼한 문화적 소재도 사실상 국적이 다르니 취향은 천차만별이었고,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의 특성상 클래스의 학생 모두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한명도 빠짐없이 '발언'을 하려면
역시 '사랑(연인간의)', '행복', '가족', '우리나라 자랑' 같은 것들이 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는 '당연했던' 이야기들을
놀랄만큼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깔끔히 정리해 말하는 클래스메이트들이 신기했다.
생각해보면 공부 열라 많이한 철학자들도 치고 박고 싸우는 문제를 가지고
내 생각을 말하는데 쫄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말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되었냐가 관건인데,
한 번도 고민하고 토론해보지 않았으니 정리가 될 리가 없었다.
결국 난 '사랑', '행복', '가족',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남들이 하는 있어보이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그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캐나다에 떨어진지 일주일 만에 받은 가장 크고 강렬했던 '컬쳐 쇼크'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더이상 매사에 '당연한 거잖아..' 라며 얼버무리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 그 것이 당연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여튼 또 헛소리하다가 말이 샜네.

당신은 왜 사랑을 합니까?
혹은 왜 사랑이 하고 싶나요?
사랑없이는 왜 살 수 없다고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