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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내가 좋아하는 원근이

내동생 원근이는
목도리를 한 적이 없다?!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20년간 한번도 목도리를 안 해봤을까.
하지만 확실히 안해봤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한걸 본적도 없다.

나는 스카프나 목도리를 좋아해서 여러개 가지고 있는데도
동생이 그런거 하나 없다는걸 사실 몰랐다.
그보다 이놈은 추위를 모르는 것 같았으니까.

근데 어느날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서 내 침대에 앉아서(도대체 왜-_-)
본인의 가죽자켓 안에 따뜻한 털 속자켓을 부착하면서
원근이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다 부착하고 나서 걸쳐보더니
너무 따뜻하다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하는말

"엄마가 안아주는거 같애~"

헉.
이놈은 어휘력이 굉장히 부족한 청각장애인인데
가끔가다 놀랄만한 표현을 구사하고는 한다.
엄마랑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주제에
단순히 따뜻하단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저런 말을 쓰다니.
솔직히 감탄했다.

그러면서 너무 춥다고 목도리좀 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단 한번도 한 적 없다는 것을 말했을 때
뭔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돈없어서 밥도 안사먹는 주제에 꽤나 큰액수(?)를 지불하고
그놈이 가진 옷들에 어울릴만한 색을 고심해서
부드러운 울 목도리를 하나 사줬다.


큰절받았다
......

그리고 갑자기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