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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투표

재외국민 선거 참여율이 엄청나게 높았다는 뉴스를 봤다. 지난 오스턴 휴일에 나와 나그네가 한 시간여를 운전해서 가서 참여하고 온 것도 집계에 포함되었겠지. 우리는 머릿속에 한 번에 진행 중인 토픽이 다국어로 많다 보니,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정치판에는 관심이 덜 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국회는 뭐랄까. 좀 한심하다. 이렇게까지 아무나 권력을 가질 수 있구나, 한 번 가지면 그냥 밀어붙여서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론을 눈속임하려는 수고조차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굳건한 지지층을 보면 아이티업계 은퇴를 서두르고 어르신들 살아계시는 동안 정계에 입문해서 듣고 싶은 말들을 해주는 편이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영리한 길처럼 생각될 지경이다. 하루하루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도 읽고 운동도 하려고 노력하고, 업무도 열심히 하고 저녁에 한 잔 하고 싶은 욕구도 참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들어봤자 나한테는 득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가지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피로와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을까? 그 와중에도 해외에서 외국어로 피로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선거가 먼 시점에 서로서로 사전 참여 접수 날짜를 상기시켜 가며 사용감이 미심쩍은 웹사이트에서 사전 등록을 하고, 재외국민 선거기간 당일에 몇 없는 공관을 찾아 가까이 또는 엄청 멀리 찾아가서 짧은 지역구의원 선거용지와 엄청나게 긴 비례대표 선거용지에 도장을 하나씩 찍고 왔다. 다들 정말 대단하고 그 의지와 애국심으로 앞으로 많은 것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드는 뉴스다.

 

얼마 전에 슈카월드에서 다룬 직업의 위계에 대한 각 국가별 인식에 대한 통계가 추천영상으로 떠서 재미있게 봤다. 동아시아 삼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이 비교 대상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국회의원이 가장 권위 있다 여겨지는 직업이라고 사람들이 뽑아서 놀라웠다. 그 뒤를 잇는 직업군이 의약계 종사자였다. 미국과 독일은 예상한 대로 소방관이 1위였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여기에서 소방관이란 직업은 떠받들 여지는 엄청나게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듣고 좀 놀랐었다.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의외의 직업군이 제일로서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지금은 어떤 직업군을 가장 존경하는가? 하는 질문에 소방관이라는 답안지를 빼먹지 않고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직업으로서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기도 하는 일인데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의약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사람을 살리기 때문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어쩐지 다른 이유가 더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시 동의할 수도 없고 너무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1위인 국회의원이다. 대체 왜? 물론 어떤 지역구를 대표해서 행정을 처리하고 필요한 법안을 만들자고 제의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기간제 리더이기는 하다.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시민들의 과반수 의견으로 선정되는 과정은 존중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기 있기 위해 좋은 점을 뭐라도 가지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존경씩이나 받아야 하나?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정도라고 생각하는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걸까? 나보고 가장 존경하는/권위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뽑으라면 아무래도 형사물 콘텐츠 팬으로서 형사, 소방관, 경찰, 구조대, 의료진,... 사회의 안전을 위해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직업군이겠지 아무래도.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겪어보고 배운 바로는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직업군이 위험에 노출됨을 무릅쓰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 당연히 모든 직업이 귀하게 여겨져야 하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스스로도 자긍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가 좀 더 어려운 나라 중에 한국이 속한 것 같긴 하다. 나는 내 직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회사원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컴퓨터 기술을 좀 더 쉽게 이용해서 본인들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내가 이 직업이 좋은 이유는 사실 몸이 편하고, 위험할 일이 없고, 일의 부분 중에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고(디자인), 돈을 회사원 치고 꽤 많이 벌기 때문이다. 보람이나 자긍심은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디자인에 기여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직접 만날 일도 없고, 사실 사용자를 위해 하는 일보다는 보스와 보스의 보스를 위해 하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 보람 부분에 불만이 많아서 다른 직업을 찾고 싶은 마음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뭘 포기해도 괜찮은지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월 수입 부분. 가끔은 왜 이딴 일밖에 안 하는 톱니바퀴 1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거지? 이 회사 정말 포기하지 말아야겠어, 싶은 생각도 한다. 얼른 월수입 따위 신경 안 쓰는 대범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