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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온사이트 워크샵

오리 인형과 함께 한 워크샵

어제 회사에서 진행해야 하는 워크샵을 위해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사무실에 다녀왔다. 아마도 이사오고서 처음으로 다녀왔으니까 일 년 넘게 사무실에 간 적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몸이 회사에 가는 길,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45분 정도 고속도로를 때려 밟아서 가는데, 오랜만에 팟캐스트 들으면서 운전하니까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편리한 커피머신, 탄산의 단계가 조절되는 정수기, 최신 모니터에 높이 조절 책상 등 좋은 환경에서 오랜만에 일하니까 아 나도 회사원이었지 싶은 기분이 들더라. 하지만 역시 동료들의 잡담과 전화 회의 소리를 견디면서 일하는 것은 좋아할 수 없었다. 기름값이 지금처럼 무섭지 않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올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한 워크샵은 내가 하기로 마음먹고 동료들을 설득해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한 디자인씽킹 워크샵으로, 한 두 번의 짧은 next steps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 회의를 하고 나면 훌륭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를 이용한 회의는 여러 번 간이로 진행한 적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120분에 달하는 긴 워크샵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의의와 이점을 열심히 강조하며 여러 가지 실습을 함께 했다. 다행히 다들 너무 재밌어하면서 열정적으로 참여해줘서, 올해 들어 마지막 더운 날인 하루가 더 후끈하고 더웠다. 말 그대로 사무실 실내온도가 너무 올라갔었다. ㅋㅋㅋㅋ

 

사실 실무 회의에서나 발언을 하고, 대부분의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이 말 하는 것을 듣는 편인데 올해 들어서 갑자기 (팔자에 없었던 거 같은) 커리어적 성장에 대한 욕구가 조금 생기면서 이런 식의 대인 활동의 중요성을 좀 깨달았다. 그 연습의 일환으로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인데 나로서도 팀으로서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방법론에 대한 지식은 내 전공이기도 하고 틈틈이 공부한 결과이긴 하지만 워크샵 준비는 업무시간을 쪼개서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이득인 기분이다. 아무튼 이렇게 하나씩 굵직굵직한 업적을 남김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지난 4년간 배웠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적성에 잘 맞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쫄지 않고 빼지 않고 해 봐야지! 라며 스스로를 어린애 대하듯이 타일렀다. 정말 살기 힘들다. 언제쯤 애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막 살 수 있는 때가 올까?

 

퇴근 후에는 친구 생일을 위한 저녁모임이 있어서 하이델베르크에 들러 오래간만에 모처럼 예쁜 산과 강 구경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했다. 친구가 비티에스에 빠지는 바람에 한식당을 굳이 예약해서 ㅋㅋㅋ 다 같이 한식을 먹었는데 나는 좋았다. 다만 음식 양을 많이 주는데 남기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다 먹었더니 잠들 때까지도 배가 불러서 기분이 별로였다. 회사에 오래간만에 가는 만큼 그 근처에 사는 친구들도 대단히 오래간만에 만난 것이어서 반가웠고, 다 같이 왁자지껄 떠들다 보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겨울에 함께 스키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조금 기대된다.

 

깜깜해진 도로 위를 달리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에 대해, 내 진로에 대해. 관리직으로 가게 되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며 일하게 되겠지? 이 날 하루 성대를 너무 많이 써서 목이 너무 아팠는데, 나 혹시 신체적으로도 적성에 안 맞는 거면 어쩌지? 그냥 지금 하는 일, 잘하는 일이나 계속할까? 생각하다 보니 어이가 없었다. 대체 몇 살 까지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가. 너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