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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화창한 날엔 반드시 빨래를 해야 해

깃털 장난감에게 진심인 노르망디의 후광

하루 종일 맑고 화창한 토요일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8개월 만인가?! 진짜 그렇진 않겠지만 체감은 그렇다. 침대 시트 빨래를 해야 한다는 알림이 한 달도 더 전에 떴었는데 햇빛에 말릴 수 없는 날씨 때문에 한 달을 넘게 미뤄뒀었다. 엄청나게 오랜만에 눈 떠서 해가 화창한 걸 보자마자 시트를 벗겨내 빨래를 했고, 하루 종일 햇빛에 바삭바삭하게 말렸다. 극세사 목욕가운도 빨아서 옆에서 같이 말린 덕분에 지금 샤워 후 입고 있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원래도 단조로웠지만 코비드로 인해 더더욱 단조로워진 내 생활중에 그나마 위안과 치유가 되는 행위는 이런 maintanence를 위한 집안일들이다. 물건이든 공간이든 아껴서 깨끗하게 잘 사용하는게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일단 제대로 관리를 하려면 관리대상의 만듦새와 작동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물건이나 공간을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내보내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이다.

 

빨래, 청소, 정리정돈, 요리와 설거지같이 관리주기가 짧은 것도 있고, 세탁조 청소, 오븐 청소, 침대 시트랑 매트리스 관리, 석회나 묵은 때 제거 등과 같은 비교적 주기가 넉넉한 것들도 있다. 관리 주기를 알아채는 것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생활 패턴에 그 물건이 어떤 효용으로 다가오는지 등을 잘 관찰해야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빨래나 식물 관리처럼 해야만 하는 때가 왔는데도 날씨 때문에 더 맞는 때를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화창한 날이 비교적 적은 독일에서 이렇게 좋은 날엔 마음이 급하다. 그렇다고 절대 빠릿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해가 뜬 낮동안 해야 할 일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그래서 오늘은 그중 가장 우선순위였던 빨래를 했고, 그다음 순위였던 성당 뒷 뜰 산책을 했다. 공부는 하나도 못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때에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