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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sual Journal

1월은 늘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그림일기 내용: 2020년, 1월 11일. 어제 반죽 해 둔(넷플릭스 보면서) 식빵의 2차 발효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봤다.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감각있게, 완성도있게)을 하지 않고 그려보려고 노력 했는데, 그럼에도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새해가 밝고 1월이 시작하고 희망과 걱정과 휴가에 찬 메시지들이 오가는 가운데 나도 올 해에는 이 특별한 숫자(2020년)만큼 좀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내려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이런 식으로 온 세계가 다 따르는 출발점에서 제 때 출발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괜히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더 게을러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연휴의 여파를 핑계로 새해 첫주와 둘째주가 마무리되는 지금까지 게으름피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 읽기라든지 하지 않았다. 기껏 작년까지 잘 해오다가 이게 뭔가 싶기는 한데, 추가 원인도 하나 핑계로 꼽자면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눕거나 아침에 눈을 떠서 일어나려고 하면 엄청나게 어지럽고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금새 사라지는 어지럼증이라 걱정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는 잘 모르겠어서 특별한 조치는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냥 운동강도를 약간 줄이고(평소의 강도로 운동하면 이상하게 너무 힘들다), 밥을 잔뜩 잘 챙겨먹으려고는 하고 있다. 곧 좋아지겠지. 아무튼 그래서 올 해도 역시, 무리하지 않고 시작하려고 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식빵 반죽을 했는데, 평소처럼 부엌에 서서 하지 않고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식탁에 앉아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했다. 왜 이 생각을 진작에 못했던건지 모르겠다. 식빵 반죽이 더이상 힘들기만 한 노동이 아니게 되었다. 빨간머리앤을 보면서 반죽했는데, 좋아하는 시리즈를 보면서 기대에 가득찬 식빵 반죽을 하고 있자니 되게 행복한 금요일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갈수록 더 이렇게 이너피스를 추구하는 삶이 너무나 가치있게 느껴진다.

 

어제는 만월이 뜬 밤이었다. 요를이 하늘을 보면서 울부짖길래 (얘는 도대체 고양이인가 늑대인가 북극곰인가 양인가 사자인가 진상고객인가... 정체를 알 수 없다) 하늘을 보니 이상하게 너무나 밝았다. 도대체 하늘이 왜이렇게 밝지?! 하고 더 높이 보니 하늘에 겁나 큰 보름달이 아주 밝고 평소의 레몬옐로가 아닌 푸르딩딩함 가까운 글로우를 뿜고 있었다. 진짜 신기해서 한참 쳐다봤다. 달무리를 보아하니 구름도 많이 끼었는데도 이렇게 밝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요를이 실컷 짖게 냅뒀다.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보내는 주의 주말이라 이것 저것 해야 할 집안일도 많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을 좀 봐와야 한다. 커피 원두도 거의 다 떨어졌다. 식빵을 굽고 나면 나가서 주말장이 문 닫기 전에 가서 원두를 사와야겠다. 나간김에 산책도 좀 하려면 식빵을 다 굽고 오븐을 끄고 나가야 한다. 오늘은 그나마 해가 아주 약간 구름 너머로 보이는 날씨다. 요 며칠 이정도의 해조차 보기 어려운 날씨가 지속되어 왔었다. 이 지긋지긋한 저기압의 날씨 때문에 내 컨디션이 안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읏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