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침 8시였다. (평소의 9시) 간밤에 썸머타임이 끝났다. 뭔가 늘 이 시기를 기점으로 다르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침에 한 시간 보너스로 받은 기분은 사실 하루만에 끝나지만, 아침시간을 더 유용하게 써야만 할 것 같아. 공부를 한다든지.
그래서 다관과 다완에 녹차를 우려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첼로연주를 두시간여 듣고있다. 중간에 출출해져서 어제 구운 빵을 먹었다. 어제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 마을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효모로 베이킹하는 코스를 들었다. 친구와 나는 독일식 키쉬를 구웠는데 정말 맛있었고 인기도 제일 많았다. 다른 분들이 구운 빵도 맛있었다. 다 굽고나서 참여자분들과 빵을 주제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다같이 나눠먹고 남은걸 싸온 것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매년 가을에 한다고 하니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 여기에 계속 살고 있다면.
난 완전히 저녁형 인간이지만, 평일에는 퇴근 후 집에서 보내는 저녁 시간이 너무 부족하므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도록 좀 훈련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머리를 쓰는 일은 오전에 하는 편이 좋다고 하던데, 오전에 뭔가 공부를 하고 싶다. 저녁에는 안락의자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는데 이건 아주 좋다. 공부하고 싶거나 해야 할 것들을 써볼까.
- 어학 - 독일어 문법/어휘 공부, 영어 어휘 공부
- 직무 - UX 이론(디자인, 인지, 기호, 심리, 리서치 방법론, 등) 책과 아티클 읽기
- 흥미 - 식품관련 바이올로지, 수학, 자바스크립트, 금융 용어와 개념(주식투자 관련), 마작(...), 운동 할 때 쓰이는 근육이랑 해부학
좀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들에는 밑줄을 쳤다. 아무래도 저 것들을 먼저 할 수록 이직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이직 할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테니까.
독일어로 일까지 할 정도는 당연히 시간도 노력도 많이 필요해서 어려울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마인드로 독일어를 '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을때까지는 좀 배우고 싶다. 한동안 독일어는 이 정도만 해도 사는데 지장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또 독일어 실력이 부족해서 사람을 만나거나 할 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이제 남편 친구들도 다 독일어로만 소통하는 사람들이니까 좀 더 배워야겠다.
영어는 살짝 뒷전인 이유가 UX직무 관련 공부는 어지간해선 영어로 하기 때문이다. 책도 주로 원서를 읽고, 아티클도 대부분 영어다. 그래서 나도모르게 계속해서 인풋이 있다. 이건 참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근데 그렇게 얻은 지식을 내가 한국어로 번역해서 말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약간 있다. 시간을 투자하면 언젠가 보상을 받는다는걸 알지만, 이게 참 바로 바로 보상이 오지 않는 노력이라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린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학과 자바스크립트는 사실 별로 쓰지는 않고 오히려 노는데 필요하다. 수학은 은근히 시간 보내기에 좋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때 배운거 거의 다 까먹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배우면 삶과의 연관성도 찾아나가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실제로 대학원 다니면서 가장 재밌게 공부했던게 통계였다. 이건 그냥 내 지적허영을 만족시키는 토픽이다. 손에 잡히는 보상은 아무래도 내 웹사이트 같은 것을 재미삼아 만들어 볼 때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 아티스틱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예전엔 하드코딩해서 파티클 애니메이션이라든지 그런걸 만들어보곤 했었는데 어떻게 했던거지. 다 까먹었어. 다시 하면 기억나겠지.
아무튼 이런걸 하면서 놀면서 공부를 하면서 아침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려면 적어도 90분정도는 아침시간을 확보하는게 좋겠지. 8시 30분에 출근하러 나간다고 치면 7시부터는 공부를 시작해야 하고, 씻고 나갈준비와 아침커피 등을 위해 30분 정도 쓴다면 6시 30분에는 침대에서 기어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6시에는 눈을 떠야겠지. 6시에 깨고도 8시간의 수면을 보장하려면 밤 10시에는 잠이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9시 45분에는 침대에 누워야겠지. 그러려면 9시 전에 운동도 끝내고 씻고 나와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책 읽는 시간 45분 정도 가져야 졸리겠지. 아니 이게 과연 가능한가? 한 번 시도는 해보겠다.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