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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디톡스

주말동안 최선을 다 해서 내 안의 독기를 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생긴 'ㅈ밥들아 내가 얼마나 능력있는지 보여주마' 하는 모티베이션만은 간직한채로.

 

그래서 장보러 나가기 전에 일기를 쓰면서 마시려고 우롱차를 우렸다. 나는 차 중에서 우롱차가 제일 좋다. 적당히 발효된 잎에서 나오는 풋내와 구수함이 공존된 맛이 좋다. 이 구수함 덕에 녹차나 커피에 비해 빈 속에 먹어도 덜 부담 되는 것 같다. 물론 아무거나 빈속에 마시긴 하지만. 가격대가 조금 있고 나름대로 귀한거라서 마실 때 다완에 찻잎을 넣고 타이머로 시간을 재서 따라 먹는 수고를 꼭 한다.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이 들고, 이 행위가 일종의 의식같은 형태로 독립적인 티타임을 형성해준다. 우롱차 같은 존재감과 내면의 가치를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해! 라는 교훈까지 끌어내는건 좀 오바더라도, 속도 텅 비고 겉도 썩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에게 얻은 상처가 치유된다.

 

유산균을 주문해야겠다. 날씨나 환경이 내 멘탈에 끼치는 영향도 상당한데, 가을을 타는 나라서 어쩌면 약간 더 힘들게 이 ㅈ같은 상황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날씨와 일조량이 우울감에 영향을 끼칠 때 사실 가장 도움을 얻었던 것은 운동과 유산균과 비타민디 영양제였다. 현대인이 영양이 부족 할 일이 뭐가 있겠냐 싶지만, 유산균과 비타민디는 꼭 내가 잘 먹는다고 충분히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책 읽고, 음악 듣고, 일기도 쓰고,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뜨게질도 해야겠다. 마침 해가 떴으니 열시가 되면 장터에 가서 원두를 사고, 과일도 좀 사고, 막 구운 브렛쩰도 하나 사먹어야겠다. 오는 길에 드럭스토어에 들러서 다 떨어진 치약을 사고, 샤워타올도 촉감 좋은 것으로 하나 사야지. 점심 준비 해야 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있을테니 장보기 전에 먼저 공원에 가서 한바퀴 돌고 오는 것도 좋겠다. 운동복을 입고 나가야겠군.

 

집에와서 청소기를 돌리고, 점심을 차려 먹고, 씻고서 나갈 준비를 마치면 약속 시간까지 아마도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을 것이다. 그 때 얼마 안 남은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어야지. 다음 읽을 책은 이미 한국에서 사왔는데 왠지 이번에는 소설을 읽고 싶으니 전자책을 하나 사거나 아니면 지인이 빌려줬는데 안내켜서 꽂아만 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를 읽어야겠다.

 

그리고 재미있게 놀고 밤에 집에와서 편히 쉬기만 하면 된다. 매우 완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