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대학원 다니고, 같은 회사에서 워킹 스튜던트로 근무하던 동기 친구 한명이 어제 회사 근무 마지막날이라 송별회를 했다. 비건이고, 실천하는 환경주의자이고, 여러모로 바른 친구라 만날 때마다 귀감이 많이 된 좋은 아이였다. 한두달간 스웨덴에 있는 유기농 농원에서 자원봉사(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한다)를 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뮌헨으로 이사간다고 했다. 우리도 뮌헨 근처에 한동안 적을 둘 예정이라 또 거기에서 만나기로 했다.
송별회를 계기로 오랜만에 그 자리에서 만난 다른 친구 중 한 명도 다음달이면 에스토니아로 떠난다. 러시아 친구인데 모델포스의 엄청난 미인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똑똑한 멋진 아이라서 내가 참 좋아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실천하는 외모지상주의자라서요. 그 친구의 남자친구가 에스토니아 사람인데, 일하던 팀에서 풀타임 자리가 나면 독일에 남을 생각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아서 그냥 에스토니아에 잡을 구했다고 한다. 능력있는 아이니까 어디서든 잘 살고, 잘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제3자가 볼 때 뭐든 술술 풀려서 부럽다. 물론 나도 남들이 볼 때는 술술 풀리는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가나에서 온 진중하고 멋진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했다. 마음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 가나에 있을까? 독일에서 인종차별 때문에 학생 잡 구하는데에도 애를 먹던 친구였다. 정말 똑똑하고 성실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누구보다 선한 인상과 부드러운 말씨, 행동가짐을 가진 친구인데도.
과 특성상 80%가 전세계 곳곳에서 온 인터네셔널 학생들이었고, 상당수가 아직 독일에 있지만 학교가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은 나와 한두 명 정도 더 있을 뿐이다. 다행히 근방에 큰 세계적 기업의 본사가 있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동기들이 이 회사에 일단 안착했다. 이 회사나 이 근방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만하임이나 하이델베르크로 이사갔다. 독일인인 친구들은 보통 이런 도시보다는 약간 외곽에 집을 구했더라. 그 외에는 프랑크 푸르트나 담슈타트 같은 근방의 조금 큰 도시로 갔다.
깊이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친구는 이 동기들 중에는 없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파티도 자주 하고 같이 많이 어울린 덕에 짧은 기간 같이 공부했지만 나름 다들 끈끈한 사이다. 다들 어디에서든 잘 살기를. 언젠가 다시 보면 엄청 반갑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