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UX디자인 관련해서 읽는 책이나, 듣는 팟캐스트 그리고 그냥 그런 나의 관심사를 빠르게 캐치한 구글이나 유투브의 큐레이션인지 아니면 그냥 요즘 트렌드인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온갖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에서 보이는 컨텐츠 중에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에 대한 것을 많이 접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Empathy는 감정이입, 공감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감정이나 상대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Sympathy는 동정심이나 연민으로 내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슬픔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다.
수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User Interface, User eXperience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면서 당연히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주 필수적이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공감능력이 큰 주제다. 물론 이 직업 뿐만 아니라 당연히 마케터, 세일즈맨 등 사람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필요한 능력이다.
또 유투브에서 쿠미님 컨텐츠로 접한 싸이코패스, 소시오 패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이들 또한 Empathy가 없거나 결여된 유형의 사람들임을 배웠다. 그리고 이 Empathy라는게 물론 일반 사람은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시력, 청력이 다르듯 어느정도 타고나는 것도 있고, 환경적인 원인으로 인해 사람마다 다른 레벨의 Empathy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배웠다.
나는 어떨까? 난 항상 스스로가 Sympathy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느끼는 적이 많이 없다. 특히 사람, 특히 성인에게는 거의 느끼는 적이 별로 없다. 내가 뭐라고 남을 불쌍해 할 판인가 싶은 감정이 제일 많다. 사람에게 아낀 동정심은 거의 동물에게 느끼는데, 그래서 특히 불행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나 멍멍이들만 보면 마음이 그렇게 아픈가 보다. 아무튼 그래서 동정심이 많은 사람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하다. 동정심이 많은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럼으로 인해 더 세상을 아름답게 볼 것만 같고 그런 환상이 있다. 내가 동정심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내 공감능력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직업적으로, 일적으로 접근하면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충분히 훈련을 통해 계발 할 수 있다. 특정 신체 기능이 약한 유저 그룹에 대한 연구가 이미 많이 되어 있고,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해본 경험을 비추어 보아서 다양한 유저 그룹에 대한 페르소나를 상상 할 수도, 거기에 감정 및 상황을 대입해서 반응을 예측하고 필요한게 뭔지 짐작 해 볼 수도 있다. 정 모르겠으면 직접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거나 테스트를 해 보아도 된다. 내 직업적 일을 잘 할 수 있을 정도로는 내 안에 충분한 공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관계나 일상 생활에서는 어떨까? 나는 내가 막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실 몇 안된다. 그리고 전부 아주 오래 알아 온 사람들이다. 그 적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거수 일투족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이 많다. 새로 사귄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한 2-3년 이상 세월동안 관계가 유지되고, 속 이야기도 하고 이러다 보면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 아무튼 적은 사람과 깊이 관계 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내 멘탈이 정한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 외에는 사실 미안하지만 관심이 별로 없다. 내 공감능력의 질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양은 되게 한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이런 것에 신경이 쓰이고, 내가 혹시 공감능력이 좀 결여된 인간처럼 보이면 어떨지 고민이 되는 점이 우습다. 혹시 나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걸까. 막상 나는 다른 사람을 다 그렇게 좋아하는가. 그 것도 아니면서. 아무튼 어쩌다 보니 그다지 길지도 않은 일기를 생각을 꼭꼭 씹어가며 쓰느라 한시간이 넘게 써버렸다.
소중한 일요일이 반나절 남았군. 오늘은 독일어 공부를 아주 엄청나게 오랜만에 해보기로 마음먹었으니 커피 한 잔 더 내려마시고 이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