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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부활절 연휴를 앞둔 월요일

일요일에 잘 쉬었더니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 날 수 있었고, 샤워 후 커피 내려 마시면서 일기 쓸 여유도 좀 있다. 어제는 아무 것도 안하고 쉬기로 결심한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뜨게질하고, 책도 쪼끔 읽고, 케이크 굽고, 남편이 요리해준 맛있는 것 먹고 산책 짧게 한 것이 전부인 하루였다. 덕분에 오늘 팔팔하다. 게다가 이번주 금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부활절 휴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지난주 내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휩싸고 있어서 괴로웠는데 그게 다 피로 때문 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상하게 평온한 월요일 아침이다. 금요일에 출발해서 1박 2일로 잠시 남편 학교 근처 도시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가서 호텔에서 수영하고, 유럽화 되지 않은 아시아 음식 사먹고, 아우구스티나 맥주 마시는게 내가 계획한 전부다. 뭐가 좋은지, 뭐가 결핍되어 있는지 확실한 삶이 선물한 심플리시티 -_-

 

어제 남편과 잠깐 콜라사러 산책나가서 한 이야기중에 유럽살이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 두개이고, 신대륙 사람들에 비해 사회가 다문화에 덜 익숙한 편이고, 무엇보다도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음식이 너무 다르다.

 

지금 이 곳은 한창 하얀 아스파라거스, 슈파겔이 수확되는 철인데 진짜 이 때 슈파겔 먹는 것 말고는 음식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일년 내내 없다고 봐도 된다. 반면 서울에 살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온갖 철마다 제철음식, 지역 특산물이 있고 접근 가능했다. 아니 일단 날씨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다 다르잖아. 비오는 날 떠오르는 음식 리스트만 주루룩 읊어도 한두시간이 부족할거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풍요로운 삶이냐고. 게다가 최근에 읽은 글에 따르면 동물의 누린내를 느끼는 유전자가 동아시아인에게 가장 많은데, 그 유전자 때문에 체취도 적은 편이고, 유당불내증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고기나 생선을 쓸 경우 누린내 잡는 과정이 추가되어 늘 아시아 음식이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 덕분에 조리법이 발전해온건 아닐지. 나는 한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여기와서 모든걸 from scratch부터 만드는 경험을 하고부터는 한식조리법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배울 수 있었고, 그동안 암것도 모르고 그냥 가성비만 추구했으니 모를 수 밖에 없었구나 반성했다.

 

아무튼 간만에 대도시 근처로 나들이를 가는만큼 아주 맛있는 아시아 음식을 사먹고 와야지. 이번 주 내내 리서치를 열심히 해야겠다. 아 그리고 수영장 가야 하니까 제모도 해야지. 제모 너무 귀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