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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변하고 변하지 않은 친구들

출국을 앞두고 '언젠가 얼굴 한번 보자'라고 말했던 약속을 지키는 기분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릴적부터 알고 지냈지만, 중간에 연락이 뜸해지거나 해서 일년에 한번도 얼굴을 보기 힘든 사람들도 이번 기회에 만나서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곤 한다.

어릴 때부터 알던 사람들을 서른이 넘어 다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훌쩍 어른이 된 것 같은 친구들 모습을 보며, 여전히 철없는 내 모습을 반추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남이랑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포기했기 때문에 별로 아무 감정도 들지는 않는다.


남들이 권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살아온 시간이 꽤 길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중간에 잠깐 회사생활을 3년정도 하기는 했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는 본의로 또는 본의아니게 궤도에서 틀어진 길을 걸었던 적이 좀 많았던 것 같다.

결국 도무지 어디서부터 비교하면 좋을지 비교점을 잡기가 애매해서 관뒀다.


하지만 세월은 공평하게 흘러서 모두가 삼십대가 되었다.

더 열심히 노력하며 어른으로,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 사람이라고 해서 더 빨리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다.

예전엔 다같이 실없는 소리를 하며 재미난 만화에 대해 이야기 하던 오타쿠들이었는데.

다들 결혼해서 가정도 가지고, 회사에서 주요직책을 맡기도 하면서 의젓하게 살고들 있다.


나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기는 했는데,

조금 다른 분위기이긴 하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고 싶지 않다.

그냥 나는 나로 있고 싶다.

철부지 응석쟁이라 그런가보다.


다음주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거나 처음 사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만날 예정이다.

이 또한 '언젠가 한번'이라고 모호한 미래를 약속한 적 있던 사람들과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아직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

아마도 얼굴 한번 못보고 출국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혼식 청첩장을 주던 때의 모임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그 때는 내가 애써서 주최한 행사에 초대하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을 우선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어쩐지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은 사람들 우선으로 약속을 잡게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가급적 모두들 긴 인생속에 건강하게 다시 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