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축복중에 이보다 진정성 있는게 있을까 싶네.
속병이 나서 며칠을 아팠다.
게워내고, 고질병 장트러블, 머리도 아프고, 하루의 절반을 화장실에서 보내고...
참 꾸준하게도 아프면서 사는 것 같다.
그와중에 엄마 외래 진료를 동행했다.
엄마의 병은 아직 병명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파킨슨 증후군, 전두엽성 인지기능장애,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
어제 만난 뇌신경외과 전문의는 dr. 예병석 교수님으로, 치매, 인지기능, 두통, 어지럼증 분야를 담당하는 분이셨다. 간호사분도 그렇고 교수님도 그렇고 지난번 진료때보다 많이 친절하고, 차분하게 대해주셔서 좋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처방은 검사.
검사만 한 6개월 하며 보낸다드니 그 말이 사실이다. 이제 거의 6개월이 되어간다.
사실 예전보다 초조함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그건 내 입장이고, 당사자인 엄마는 그렇지 않을거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증상을 동반한 병들을 검색해서, 용어도 잘 이해못하면서 외국어로 된 논문까지 찾아봤는데, 전문의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문외한이 이것 저것 물어보기엔 허무할 것 같아서 다음기회에 제대로 메모해서 여쭤봐야지 생각했다.
현재까지의 소견은, 파킨슨성 운동기능장애는 있고, 지난번에 파킨슨 전문의에게 약처방은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엄마는 약으로 인한 효능은 잘 못느끼겠다고 하셨다.
반면 MRI 영상을 보시던 예교수님 소견으로는 외관상 기능축소(쪼그라듦)는 없기 때문에,
당반응 검사(PET CT의 또다른 종류)를 통한 기능장애가 있는 부위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촬영이 다시 필요하다고 하셨다. 또한 안구운동기능이 저하된걸로 보이기 때문에 평형기능검사도 처방받았다.
둘 다 보험안되는거라 검사비가 또 왕창 ㅠ ㅠ
또 다시 한번 정밀한 피검사를 통해 당장 어지럼증 등에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알아봐준다고 하셨다.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언어능력은 의사선생님 소견은 생각만큼 나쁜 상태는 아니라고 하셨다.
확실히 떨어지긴 했어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에 처방이나 치료가 필요할 거라고.
난 이걸 쓰는 와중에도 화장실 두번 왔다리 갔다리
ㅠ ㅠ 힘들돠
엄마 병원진료 마치고 온갖 검사 예약하고, 피도 뽑고 나왔다.
아빠가 같이 오셨어서 이날은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졌다.
원래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간김에 저녁도 얻어먹고 오는데,
두분은 일찍간다는 말에 약간 아쉬워 하셨다.
일찍 온 이유는 요를.
집에와서 요를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소변 볼 때 많이 불편해하고, 깔끔쟁이가 화장실 바깥으로 튀기는 전례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봤다.
방광 쪽에 불편한게 있나 싶은데다가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방광쪽 질환은 무조건 빨리 잡아야 한다고 해서 일단 병원에 갔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좀 더 두고보자는 의견. 명확한 방광염의 증상(소변 양의 변화, 지림, 혈뇨, ...)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단지 불편해보인다는 정도만 가지고 엑스레이나 피검사를 해보기엔 좀 이른것 같다고 하셨다. 물론 결정은 보호자가 하는거지만, 나도 일단 말씀듣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 물도 잘 마시고, 소변의 색깔이나 소변양의 변화도 없으니까.
간김에 지난 1월에 받지 못한 접종을 받고 왔다.
노릉도 이번주내로 데려가서 받아야지.
오늘 시아버님도 서울에 올라오셔서 검사를 받으신 날이다.
다음달 수술을 앞두고 계시기 때문에.
크거나 힘든 수술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그래도 뇌수술이어서, 많이 긴장된다.
그래도 병명이 확실하고 치료방법이 명확하단 점에 있어서는 가장 안심되는 케이스 ㅠ ㅠ
오늘은 엄마 때문에 동반해드리지 못했는데 지지난번과 지난번에 같이 갔을 때 나나 근조오빠의 동반 필요성을 느꼈다. 병원 사람들 말 너무 빠르다. 비교적 많은 환자를 한번에 케어해야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정제된 용어로 이야기 하고, 또 바빠서 말 자체를 빠르게 하신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어디에가서 어떻게 수납, 접수하고, 또 검사는 어디가서 받고, 이런 것에 우왕좌왕 할 수 밖에... 혼자오신 어르신들께서 간혹 나에게 질문하시면 사실 나도 잘 모르니까 결국 물어볼만한 사람 찾아 물어서 알려드리는데, 전반적인 동선과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좀 더 환자위주로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아프지 맙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