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일기는 일기장에

가끔 SNS에 누가 자기 일과를 구구절절 올리면 달릴법한 댓글이다.

나는 다행히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하고 있는 이 일기장이 있다.

다만 SNS에 넋두리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예를들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이아파 서있는데, 바쁜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다들 걸어서 내려가는 분위기라면, 나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불쾌함이 스미듯 느껴진다.

어쩐지 불편하지만 그래도 발이 아프기 때문에 꿋꿋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어떤 아저씨가 날 툭 밀고 가면서 '좀 지나갑시다' 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이 사태를 고발하고 싶어진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면 조금 머쓱한 마음으로 끝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탔을텐데,

나에게 한마디 한 아저씨의 배려없음과 이기주의에 분노하게 되면서, 사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는게 규칙임을 내가 아는 사람들, 혹은 내 편일지도 모를 타인들로부터 확인받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내 타임라인에는 유난히 고발성 넋두리가 많고, 그 글을 쓴 사람들은 당시의 기분에 의해 매우 흥분하고 분에 못이기는 어투를 사용한다.


나도 그럴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쓰기도 그렇다보니 그냥 지나가게 되고, 쉽게 잊는 성격 탓에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포스팅 해서 내 억울함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버린다.


아무튼 누가 봐도 좋고, 안보더라도 상관없는, 나의, 나만을 위한 내 일기장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내 억울함을 타인은 몰라줘도 미래에 그 일기를 읽을 나는 인정해주겠지. 혹은 그냥 과거의 어렸던 나를 귀여워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