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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I love myself

이 무슨 나르시스트적인 제목이냐 하면
요즘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도 놀랄만큼 이런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너무 작고 빼빼 말랐고,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골격이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살이 붙어 캐나다와 남미의 기름진 라이프를 통해
나의 기골이 장대하면서도 토실토실한 체형이 완성되었었다.
결국 난 태어나서 내 몸매를 좋아했던 적이 한번도 없다.

고등학교 전까진 체육을 못하는 편이었어서 운동같은건 질색이었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인체를 배우고, 모델이나 석고상의 아름다운 비율엔 감탄하면서도
내 몸뚱아리는 유심히 볼 필요도 못느꼈다.

그런데 요새 난생 처음 맘먹고, 눈에 독기를 품고,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다보니
오호 이게 엄청 재밌는 거였구나.
인상 잔뜩쓰며 무거운거 들어올리고 근육에 무리를 가하고, 땀을 뽑고나면
가기 전보다 탄력이 붙고 딱딱해진 몸이 묘하게 근사하게 보여서 뿌듯하다.

헬스장에 가면 또 재밌는게 다른사람들 몸매 구경하기.
샤워실에서 주로 아주머니들의 몸을 몰래 구경하는데,
자세나 근육의 모양, 살이 붙은 부위 등을 유심히 보면,
몸이 보여주는 그녀의 히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기분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니까 내 멋대로 상상하는 거지만.
사실 그냥 깡마른 사람들은 별로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벗은몸은 안예쁘다.

물론 가장 재밌는 몸은 내 몸 관찰.
공공장소에서 뚫어지게 내 몸을 관찰하는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바디로션을 바르면서 손과 눈으로 꼼꼼히 매일 체크하는데,
몸은 정말 정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공부를 잘하진 않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은 좋아진다.
물론 나는 컨디션 봐가며 무리하지 않게 천천히 해나가니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어도
복근운동을 신경써서 한 다음날은 배가 좀 더 탄탄해지고,
팔운동을 몇일 게을리 하면 살이 슬슬 쳐지기 시작하고!
정말 신경을 써주는 만큼 변화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

이렇게 관심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애정이 가고,
운동하는 사람중엔 그래서 나르시스트가 많은가봐.

아무튼 이대로 취미를 붙여서 건강한 취미생활로 자리잡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