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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sual Journal

홍제동을 떠나기 싫게 만드는 곳들

애향심이라고 해야하나?
서울, 대한민국 같은 커다란 범주로 나뉘어진 나의 고향은 사실 굉장히 불쾌한 면이 많이 존재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동네,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 동네는 참으로 싫었던 적이 없다.

오늘은 일주일중 가장 좋아하는 일요일을 맞이하야
애프터눈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스스로 아침을 차려먹고 정리하면서 미뤄뒀던 집안일을 약간 하고,
면조와 만나 요구르트를 마시며 헬스장에 가서 폭풍 운동을 했다.
땀빼고 샤워하고 개운하고 허기진 기분으로 약간 이른 저녁먹으러 고고고!

다이어트를 하면서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세가지를 꼭 자제해야지 했는데,
바로 '돈까스', '탕수육', '치킨(과 맥주)'
마지막 치킨 빼놓고는 ㅠㅠ 전부 자제하지 못하고 있다.

저녁먹으러 간 곳도 생긴지 얼마 안된 우리동네 맛집- 돈까스 하우스.
홍제동에서 밥을 먹는다면 주로 가족과 외식하는 경우였어서 고기집 같은델 주로 갔는데,
요즘엔 면조도 근처로 이사오고 원근이가 졸업해서 같이 동네를 어슬렁 거릴 일이 많아져서
하나 둘 마음에 드는 식당들을 가보고 있다.
그 중에 단연 베스트는 이 곳.

돈까스 하우스
홍제역 2번출구로 나와 세무서 골목으로 들어온 뒤 바로 보이는 대성병원의 오른편 옆 골목으로 들어와 쭉 직진.
슈퍼 두개 지나고 돈까스 냄새가 나는 ㅋㅋ 부근에 위치



난 정식(히레까스+생선까스, 육천원), 저 뒤에 면조는 점보(히레까스 세덩이!, 팔천원)
시내보다 가격도 착하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맛있다.
나 나름 돈까스 매니아라 기회만 닿으면 온갖 돈까스를 먹고싶어하는데, (분식집 st. 일식 st. 양식 커틀릿 등 가리지 않음!)
동내에서 이런 일본식 제대로 튀겨낸 돈까스를 파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정말 실하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정식은 저 두툼한 생선살이 아름다운 생선까스가 동반.
나는 간식이나 주전부리에는 욕심이 없는 대신 매 끼니 든든하게 챙겨먹기에 밥먹는 양이 좀 많은데,
내가 혼자 다먹기에 약간 버거울만큼 양이 많다.
면조나 원근이랑 같이 가서 한두조각씩 덜어줘야만 다 먹을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오늘은 점보-_-를 시킨 면조가 한조각도 도와주지 않아서 혼자 다 먹어버렸네?
괴롭기 직전의 포만감과 죄책감은 아까의 웨이트와 퉁치기로 했다...




점보사이즈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 승리자의 브이

그리고 최근 동네에서 굉장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
홍제동 카페로 고고고-
너무 배가불러서 디저트는 생략하고 핸드드립 커피 두잔. as always!


Cafe 홍제동
홍제역 부근 맥도날드 옆 시장골목으로 들어와 직진하면 있는 홍제동 성당 바로 맞은편 1층에 위치

 



여기엔 책이 정말 많고, 또 왠지 대부분 우리취향이라서 이곳에 가면 거의 공짜독서만 하다 온다.
만화책이 많은 점이 특히 맘에 드는데, 예전에 재밌게 봤던 '쥐', '페르세폴리스' 같은 것 다시봐서 좋았고,
'소라닌'이란 만화를 추천해주셔서 봤는데 무진장 재밌었고,
또... 마조앤 새디며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며 닥치고 정치도 있고 가볍게 앉아서 재밌게 볼만한 책들이 잔뜩.
아- 핸드드립커피의 경우 리필이 공짜라서 늘 두잔씩 마시고 온다.
그러고보면 난 커피를 한잔만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좀 줄여야 할텐데.
어쩐지 요새 운동을 해서 그런지 카페인에 좀 민감해지는 기분이 든다.

바리스타분이 같은(?) 시규어로스 팬이셔서 ㅋㅋ 종종 시규어로스 음악을 틀어주신다.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기에 정말 최적의 장소다.
이런 시간이 없으면 일주일 내내 지옥철에 시달리는 출퇴근길은 정말 견딜 수 없을거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해서 같이 방문해서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 또한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역시 면조나 원근이랑 둘이 편한 복장으로 동네마실 나왔다가 추워지면 들어가서 차 한잔 하며
별 대화없이 책보거나 그림그리거나 가끔 수다떨거나 하는게 가장 편하다.




까까에게 지지난주에 빌려서 오늘 다 읽은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오늘의 힘든 20대를 열심히 다독여주는 책인데, 그 외에 참 배울게 많다.
어떤 가치를 배운다기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의 요소 하나하나가 '왜' 그런지 이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내가 요즘 고민하는 사항들에 대한 원인을 좀 밝혀준다.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작년에 정말 많이 여기저기서 언급한 키워드였는데
사람에게 필요한 인문학에 속한 수 많은 전문지식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발현되는지
이 책을 통해 관심갖게 되었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