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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문답은 어렵다.

100문답, 50문답과 같이 그 사람의 신상정보 같은 것을 묻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다는 형식의 포스팅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들이 좀 부담스러웠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질문들이 하나같이 애매해서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색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취미는?'
'특기는?'
'희망연봉은?' (...)
'인생의 좌우명은?'
...

밑에 네개는 무려 이력서같은 공적 서류에서조차 물어보는 질문들.

이런 것에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난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늘 대답을 찾기 어려웠다. 도대체 내가 존경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존경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도대체 색이라는게 홀로 존재해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매번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업데이트 되지만, 이전까지 최민희 시상식 그랑프리였던 작품들도 기간별로 아카이브가 되어 내 안에 베스트들로 남아있기에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취미는 '요즈음의' 라는 단서를 붙인다면 대답할 수 있다.
특기는 당연히 전공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다. -_- 현재 밥벌어먹고 살고 있는걸 제일 잘한다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교수님이라든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면 분명 콧방귀 끼겠지.
희망연봉은 정말로 '희망'이란 단어에 맞게 내가 필요한만큼의 금액을 불러도 되는거야?
인생의 좌우명? 문장 하나에 좌우 될 만큼 나 심플한 인간 아닙니다! 라고 외치고 싶다. 게다가 진짜로 내가 추구하는 아이디어를 문장화 한 것을 읊으면 오해하지 않고 들어줄 자신이 있는지부터 검열하고 싶달까. '지금, 바로 여기, 내 앞의 바로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톨스토이 어르신의 말에 백퍼 동의한다고 말하면, '너 혹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소인배 아냐?' 라고 할까봐 두렵다긔.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오래전부터 남이 묻는 말에 잘 대답을 안하는 버릇이 생긴 것도 같다.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흑흑. 다 간때문이야. 그러니 날 이해해줘요.
그래도 대답 안해서 질문자가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하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