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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클라라

원래는 작업실 가려고 짐을 싸다가 잠깐 CGV홈페이지에 들어간게 원인이 되어, 약 40분 후에 전부터 궁금했던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클라라'가 압구정 CGV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본 후 잽싸게 집에서 입고있던 트레이닝복 바지와 면티 위에 털원피스 덮어쓰기로 입고 집을 나왔다. ㅡ.ㅡ

클라라
감독 헬마 잔더스-브람스 (2008 / 독일,헝가리,프랑스)
출연 마르티나 게덱,파스칼 그레고리,말릭 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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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음악을 별로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 카페 에스프레소에서 슈만의 '헌정'으로 프로포즈를 하던 커플도 있었고, 한참 궁금하던 차에 이 영화가 개봉한대서 기대하고 있었다. 분명 거장 음악가들이 나오니만큼 이야깃거리가 많겠고, 아름다운 OST는 보장되겠다, 유럽영화라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나는 크게 알아차리지 못할테니까 ㅋㅋ 재밌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달까.

후다닥 가서 후다닥 보고 눈물도 찔끔 흘리고 나와서 압구정에 왔으니 당연하게 ㅡ.ㅡ 카페 에스프레소로 갔다.

영화는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과 젊은 브람스의 이야기.
묘한 삼각관계 같은게 덤덤하게 그려졌는데, 울나라 막장드라마 같은걸 기대하고 보면 백퍼 실망할 듯 하다. ㅋㅋㅋ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지적이고 기품있는 음악가니까 유치찬란한 로맨스는 없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역시 '나 지금 피아노 치러 가야겠어요. 안그러면 미쳐버릴거 같애.' 라고 울먹이며 피아노 방으로 내려가 미친듯이!! 건반에 모든 상념을 쏟아내던 클라라의 표정. 보면서 그 상황은 참 안됐지만 그 재능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음악과 같은 직접적인 예술로 뭔가를 표출해 내고 싶은 욕구가 예전부터 많았는데...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것은 좀 더 인내하고 숙성시켜야 제대로 나오는지라 기분에 충실한 예술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할 때는)

카페에스프레소에서 신나게 일하다가 사장님이 크게-(가게 샹들리에가 흔들릴만큼 크게!)
틀어놓으신 프랑크 심포니에 잠시 집중했다가,
영화에 나왔던 슈만의 D단조 교향곡도 신청해서 듣고,
면조가 폭풍짜증의 마감을 마치고 왔길래 전부터 벼르던
무라빈스키가 80년대에 연주한 차이콥스키 6번도 듣고,
(사장님은 60년대 연주가 최고라는데 이건 담을 기약해 아껴두시겠다고 하셨다 ㅡ.ㅡ; 맨날 아껴두셔! ㅋㅋ)
면조가 전부터 수도없이 들었으면서도 또 들어야겠다고 했던
거의 매일 듣는 차이콥스키 바욜린 협주곡도 듣고, (이다 어쩌구? 여자 연주자였는데 끝내줬다.............)
같은 씨디에 있던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브람스 바욜린 협주곡 1번까지!!
전에도 사장님이 말씀하셨지만 첼리비다케는 통조림에 들어간 음악은 싫다며 음반을 거의 안남겼다고 한다.
난 첼리비다케 연주가 좋은데 ;ㅛ; 들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단다.
아니나다를까 그 씨디에도 그의 일화가 적혀 있었는데,
현장이 아닌 녹음된 음반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은 브리짓드 바르도의 사진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썼단다. 생긴건 여성스럽고 온후하게 생겨서 그런 비유를 하다니!! 사진고 함께 잠자리에 든다는 데서 변태스러움을 느끼는 내가 이사한건가? 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루흐!!!
오늘 첨 들어봤는데, (오늘 이전까진 브루흐란 이름조차 듣보잡이었던 -_ㅜ)
짱좋더라!!!!!!!!!!!!!!!!! 우왕 대박 완전 쇼파에 녹아서 흐느적대면서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하시며 -_-; 하루에 너무 많은걸 들음 안된다고 다음을 기약하셨다.

내일 또가니까 상관없지만 [........]

여턴 음악으로 한껏 감성을 충전시켜놔서 그런지 일할 때 짜증은 좀 덜나겠지.

오늘 들은 것중 베스트는 역시
브람스 협주곡 1번과 브루흐 1번.
그 중 브루흐꺼 링크시켜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