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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깨달음의 6월

남미여행을 할 때
하루 이틀씩 여행지에서 잠깐 만났던 사람들과 헤어질 때는
늘 펑펑 울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깨달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는 그다지 울 일은 없다
-
남미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늘 헤어짐을 전제로 하고 만났다
만나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그들이고
헤어지고나면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그들이었다
근데 뭐가 그렇게 정이 들었는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늘 펑펑 우느라 골이 띵했다
-
그 후 부터였나보다
원래도 크고 작고를 떠나서 뭔가 나를 자극하는 것들에
쉽게 반응하는 편인 나지만
사람을 대할 때 늘 언젠가 헤어질 사람임을 인지하고
함께 있는 시간에 감사하고 충실하리라 마음먹었던 것 같다
다들 부정하지만 사실은 모두 헤어질 것이다
같은 하늘아래 있어도, 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지금 우리가 같이 있는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헤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순간 내 감정에 충실하고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서 상대의 존재를 느끼고 싶다고 생각한다
-
늘 그 곳에 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노전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서 기뻤다
하지만 역시 생각보다 그들은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구나 깨닫고 또 슬펐다
-
내 세상안에서 그 끝이 어딘지 궁금해서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열심히 걷다보니
진짜로 끝에 다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순간 무서워졌다.
끝을 알아버리면 내 세상은 어떻게 되버리는 걸까.
하지만 너무 열심히 앞으로만 걸었던지 관성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두렵고 무섭고 절대로 끝을 보기 싫다는 마음 뿐이었지만
내 맘과 달리 발은 그냥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갈 뿐이었다.
결국
저 멀리 끝이 보였다.
내 세상의 끝에는
다른게 아니고 문이 있었다.
저 문으로 나가면 이제 나는 없어지는건가.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적잖이 놀랬지만
덕분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내 걸음은 멈춰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별 말도 없이 나한테 걸어와서
내손을 잡고 내 세상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문에서 점점 멀어질 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일단 인사를 했다.
Welcome to my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