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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곁에 두기 1월 들어 읽은 책이 두 권 있다. 마르셀 서루의 소설 '먼 북쪽'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에세이 '그늘에 대하여(음예예찬)'다. 작년부터 읽고 있는 삼체 2권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결국 병행으로 다른 책을 읽게 되었다. 삼체 1권은 정말 어마어마한 설정에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꽤 분량이 많은데도 단번에 읽은 편인데, 2권은 싹 바뀐 인물들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그 인물들이 겪는 이해의 어려움을 나도 겪느라(대체 왜, 하필 이 인물이, 그리고 이 인물은 이미 죽고 없을 수백 년 후의 일에 대비해야 하는가)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개인적으로 되게 웃겨하면서 읽었던 우스꽝스러운 삼체 세계에 대한 게임을 통한 묘사가 2권에는 더 이상 안 나오니 그것도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무..
순조로운 다이어트 면조가 한국에 방문하느라 혼자 지내는 기간을 활용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2주가 채 안 지났는데 마지막으로 한국 다녀와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11월 중순에 쟀을 때의 비해 체중은 3kg가량 줄었고, 골격근량이 늘었고 체지방이 줄었다. 체성분 통해 단순하게 계산해서 알려주는 것 같은 기초대사량도 1830대로 양호하다. 역시 방해하는 사람이 문제였구나! 그리고 혼자 있으면 집안일을 혼자서 다하니까 집안에서의 움직임도 좀 늘어나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식단과 운동은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주 2회 헬스장 가서 근력운동 헬스장 안가는 날은 집에서 요가 25~40분짜리 프로그램을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서 아침밥 10시경에 견과류, 커피 점심밥 12시경에 순단백질 30그람 이상 섭취하도록 신..
연말의 하츠코이와 1월 계획 (구)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좋은 친구분 덕분에 연말을 아주 즐겁게 보냈다. 일드를 좋아하는 사람 셋이서 하츠코이를 다시 정주행 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클리셰가 작정하고서 범벅된 드라마였고, 셋 다 이 드라마를 두 번째 보는 거였고, 워낙 잘 만든 드라마여서 같이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싶다. 2023년도 재미있는 작품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쉽게도 24년의 기대작은 아직 없다. 작년에 평가가 좋았는데 나는 아직 못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관객이 엄청 많이 찾았다는 서울의 봄을 나도 보고 싶다.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책들을 어서 다 읽고 새로운 책을 한국 다녀오는 식구한테 부탁해서 사다 봐야지. 식구가 여행하는 동안 스위치를 독차지해서 젤다의 세계에서 실컷 놀아야..
연말에 느끼는 부채감 스마트폰, 카메라(DSLR), 아이패드들, 그리고 필름카메라까지. 갖가지 기계로 찍은 사진들이 있다. 대충 스마트폰 시대부터만 헤아리더라도 약 15년간 사진을 주야장천 찍어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난 전혀 정리하거나 한 군데에 모아두지 않고 살고 있다. 대체 사진 정리란 것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5년간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해 왔고, 아직 대답은커녕 언제 제대로 고민하기 시작할지조차 모르고 있다. 점점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좀 도움이 되어 주겠지만 언젠가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다. 연말이 되니까 이런 '미처 끝내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일단은 시작하고 엔딩을 보지 못한 게임, 완독 하지 못한 책들이 떠오른다. '우리 한 번 밥 먹자, 만나자' 약속해 두고 ..
또 코로나 또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세 번째인가? 오미크론류인 것 같다. 목이 칼칼하다가 엄청 따끔대며 아파지고 열이 나서 일단 오후 병가를 쓰고 누웠다. 다음날도 병가로 쉬면서 나그네에게 부탁해서 검사키트를 사다가 검사해 보니 시약이 퍼져나감과 거의 동시에 선명하게 두 줄이 떴다. 검사를 수도 없이 해봤지만 진짜 걸렸을 때는 이토록 의심의 여지없이 두 줄이 뜨는구나. 오늘은 어차피 오후에 팀 전체 종무식 비슷한 버추얼 미팅이 있어서 병가를 쓰지 않았다. 이틀 쉬었고 다들 내가 코로나 걸려서 오래 쉴 것을 예상하니 일이 별로 없다. 슬렁슬렁 존재하지 않는 척하며 보내야지. 걸린 원인은 자명하다. 지난 주말에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아서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가 반나절을 보내버린 그 유명한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
차 바꾼다! 올 연말은 들떠있다. 연말이라서가 아니라 차를 바꾸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는 2018년 말에 중고로 구입해서 5년간 너무너무 잘 타고 다녔다. 외모에 홀딱 반해서 샀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성능과 내구도를 가진 명차였다. 우리 오드리와 함께 이탈리아도 구석구석 쑤시고 다녔고, 덴마크도 다녀왔고, 수많은 주변 독어권 나라를 여행했다. 원래는 회사가 멀어서 장거리 출퇴근을 위해 산 가볍고 힘 좋은(그래서 연비가 좋은) 차인데 판데믹이 오고, 완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출퇴근보단 여행에 많이 썼다. 독일은 땅이 크니까 비교적 가까이 사는 지인만 방문해도 왕복 2-300킬로미터는 우습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좀 더 여행과 장거리 운행에 편리한 차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 이미 마음에 드는 ..
돌아오는 계절들을 반복해서 준비하는 삶 남이 쓴 여행기를 재밌게 읽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여행기는 재미있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나 깜냥이 비슷해서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 내가 감히 스스로를 초유명한 작가랑 같은 여행깜냥을 가졌냐고 하는지는 여행기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아저씨는 나 못지않게 게으른 편이다. 그래서 한 여행에 한 가지 이상의 테마를 잘 설정하지 않는 듯하다. 나도 예를 들어 피자를 먹으러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선 어지간하면 피자만 먹는다든지, 뉴욕에서도 내내 피자만 먹고 다녔다든지, 맥주 마시러 떠난 여행에선 양조장만 죽어라 가고 밥은 대충 때운다든지 한다. 도무지 한 가지 이상의 목표 이상은 세우기도 달성하기도 어렵다. 피자랑 맥주를 그렇게까지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안 그래도 낯선 환경에서 오..
지겨움을 참고 그냥 하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본심이니 어쩔 수 없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보자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일이 하기 싫다. 일 자체는 좋아한다. 집안일도 좋고 정원일도 좋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의 일은 목적이 너무나 아득하다. 하나하나의 타스크를 살펴보면 내가 즐기고 잘하는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회사에게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방식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거시적인 목표는 프로덕 개발 프로세스조차 자동화를 많이 시켜서 중단기적으로 나 같은 개발팀원의 수를 줄여나가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들어갈 무덤을 스스로 정성스럽게 파고 있는 것이다. 매 달의 월급을 위하여. 언젠가 레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