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하는 일식집은 문연지 8년정도 된 가게다
시내에 있는 가게가 아닌지라
단골들로 가게가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아닌 자그마한 동네식당이랄까
문열고 들어와서 반갑게 인사하는 사장님과 손님의 눈빛속에
담겨있는 그 세월의 흔적-_ -;
여기 단골손님중 하나가 있다
멕시코 사람인지 쿠바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아버지와 아들인데
둘다 엄청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자식들을 가진터라
나이가 많이 젊다. 그리고 둘간의 나이차이도 별로 없어서
친구같이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고 한다
금요일 밤마다 둘이와서 4-500달러씩 먹고 가는 큰 손님이었다는데
많이 친하기도 하고 좋은사람들이라
사장님이 유일하게 '외상'을 허락한 외국인이랄까
그런데 3년쯤 전에
여느때처럼 외상으로 500달러정도 먹고서
다음날 갚으러 와야 하는데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직장을 잃어버린탓에
돈을 갚지 못하게 되버린거다
그게미안해선지 발길을 뚝 끊어버렸던 그사람들
한 6개월쯤 전에 사장님이 밖에서 만나서
한번 데려왔던 적이 있다
그때 뭔가 신나게 두사람이랑 이야기 하고 놀았었는데
주로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fucking great 이라는 이야기를 했던듯-_-;
아들이 초미남이라 기억하고 있따 ㅋㅋ
어제인지 그저꼐인지
그아버지가 가게에 불쑥 들어와서
400달러가 넘는 거금을 (외상값)
무려 3년만에 갚는것이다
포기하고 있던 사장님은 그저 놀라고 좋아하실뿐
뭔가 3년이나 지나버렸는데
아무도 받을생각 하지 않고 있던 그걸 그사람이 와서 주고선
당당하게 '엄청 그리웠다고' 스시를 사먹고 갔다 ㅎㅎ
꽁돈생긴것도 좋지만
역시나 오랜친구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하시는 사장님 얼굴은 완전 활짝-
나로썬 보기드문 국적을 초월한 우정과 신뢰의 부활에
보다 큰 의미로 가슴이 짠해졌었다 -_ -;
2.
한집에서 옆방을 쓰던
대략 1년간 하우스메이트로 지낸 희덕아저씨가
오늘 브라질로 돌아가셨다
파라과이에 고등학교때 이민가셔서
제2의 삶을 사신 아저씨는
부인과 세 아이들을 브라질에 남겨두시고
일년간 이곳에와서 열심히 일하고 가셨다
수고하셨어요-
'집'에서는 절대로 나혼자만의 공간에만 있고
남이 간섭하는거 좀 많이 귀찮아하는 -_ -;
나의 드러운 성격탓에
아저씨랑 그닥 많이 친하게 지낸건 아니지만
가끔 아저씨가 다운받아둔 영화
상우오빠나 재연오빠(아저씨 앞방살고 아저씨랑 엄청 친했던 두분)
랑 같이 보기도 했었다
진짜 잼썼다
아뭏든 1년이란 시간이 엄청 긴 시간이었는지
막상 지나치면 전혀 아무런 시간도 아니었는데
그새 나도모르게 들었던 정이 있는지
엄~청 서운했다
다만 서운해봤자 할수없고 ㅋㅋ 좋고 기쁜맘으로
미션 컴플릿- 하고 돌아가시는 아저씨한테
역시 웃으면서 빠이빠이 작별을 고해야했다
그치만 역시 뭔가 참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참 편하고 성격 좋으시고 잼써서
맨날 만나면 할얘기 무지 많았는데
막상 오늘아침에 나 버스기다리면서
아저씨 담배피러 나와서 마지막 인사할때
아무말도 안나오더라
늘 밤마다 일마치고 돌아오시는 소리
옆방에서 다운받아둔 영화 보시면서 킥킥대는 소리
뭔가 대화는 안나눠도
'아 내옆방에 누군가 사람이 살고있구나'
하는 기분 들게 해주셨던 분인데
오늘밤은 암소리도 안들리니까 쫌 묘하다
앞으로 다시만나기란건 거의 불가능 할만한 분이기에
이멜주소도 써놓고 가시겠다고 약속하더니
없다-_ -
뭐야진짜!
근데 무서운건
오늘 지하철타고 오는데
옆에 앉은사람이 보던 신문에 마침 별자리 운세가 나와있더라
그사람 보는 페이지에 또 내 별자리가 나왔길래
훔쳐읽었는데
세상에...
Saying farewell will make a very touching moment.
나 오늘 누군가랑 작별한다는거
어떻게 알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