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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ng/맥주, Bier, Beer

맥주가 좋아서 독일에 온 지 8년, 맥주를 만들어 팔게 되었다.

오늘은 대망의 첫 배치 생산물을 병입 한 날이다. 이 특별한 감회를 기분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 밤이 늦었지만 기록을 하고 자려고 한다. 임근조와 나는 2016년 9월에 독일로 왔다. 곧 8주년을 맞이한다.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임근조가 브루마스터 과정을 공부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영어 점수를 받아 대학원에 입학하기 좀 더 좋은 자격을 갖춘 내가 독일에 있는 비즈니스 석사 과정에 합격해서 국제 이사를 올 수 있게 되었다. 독일 중서부 시골 같은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원이었는데,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지금도 가끔씩 만나며 친하게 지내고, 여기서 임근조의 직장이 된 양조장을 만나고, 여러모로 우리의 기반이 되어준 곳이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만은 않던 임근조와 달리 나는 그럭저럭 잘 졸업해서 좋은 직장을 잘 구했고, 덕분에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모두 원하는 공부를 잘 마치고 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월급쟁이 회사생활에 대한 권태가 다시 찾아 올 무렵 원래 독일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일을 벌여 보게 되었다. 임근조가 현재 브루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브루어리의 사장님과 내가 계약을 해서 우리의 레시피로 만든 맥주를 우리의 브랜드로 생산해서 판매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어떤 맥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간 수많은 공상적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둘 다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임근조가 독일로 돌아와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식도락가 친구 부부를 설득해서 함께 일을 도모해 보기로 했다. 우리 넷의 문화적 배경에 근거해 회사 이름은 토모 &으로 정했다.

첫 제품은 아직 시장에서 본 적 없는 제품이다. 물론 비슷한 제품이 없지는 않는데, 내 맘에 쏙 드는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만들었다. 바로 무알콜 페일에일-밀맥주의 중간과 같은 풍미와 향미의 맥주에 아낌없이 섞은 유자원액을 더해서,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추억이 느껴지며 어른스럽고 우아한 맛이다. 아마도 어지간히 맥주를 마셔 온 지난 세월 덕분에, 약간 확신 같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이 정도 맛있는 음료는 굉장히 드물다. 특히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찾는다면, 이 것이 있음에 기뻐하게 될 그런 음료다.

문제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보니 네 명 중에서도 가장 독일어를 못하고, 서류 작업이나 뷰로크라시에 가장 취약한 것 같은 내가 사업주여서 정말 하기 싫은 일도 좀 있었다. 게다가 잘하지 못해서 더 괴롭다. 원래 2-3개월 기다릴 것을 각오하라고는 하지만 지금 세금번호가 안 나와서 속을 썩고 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마치 다 내 잘못 같기도 하고. 그 외에는 정말 자랑스러운 마음뿐이다. 이렇게 정성을 쏟아 디자인하고, 레시피를 만들고,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는 외향력 없는 협상력 다 동원해서 말 그래도 비즈니스를 해 나가고 있다. 지난 수요일에는 네덜란드 항구에 가서 원재료를 직접 배송해 왔다. 당일치기로 거의 1000km를 임근조와 번갈아가며 운전해서 다녀왔다.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덕분에 수백 유로의 냉동배송비를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항구에 끝없이 지어져 있는 물류창고, 그 공간을 누비는 엄청 커다란 트럭들, 배송기사들의 일을 도와주는 직원 여러분이 일하는 것을 보고 만나는 멋진 경험을 했다. 드디어 오늘, 대량생산된 우리의, 나의 첫 제품을 받아서 들어 햇빛에 비추어 봤다. 너무 예쁘다. 맛도 정말 훌륭하다. 글라스에 따라서 마셔도 훌륭하고 병째로 마셔도 맛과 향이 청량하다.

회사에서 윗사람의 뜻에 따라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마음이 잘 맞는 팀 네명이 열심히 상의해서 정성껏 만든 제품인지라 정말이지 얼른 모두에게 이 것을 맛 보여 주고 싶다. 팀워크에 대해서도 꼭 쓰고 싶은데, 역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처럼 함께 일하는 기쁨과 효용이 너무 큰 경험을 했다. 이런 팀을 만나다니 너무 기쁘다.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지만 각자의 삶이 있어서 그러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가르침, 본보기 등을 나에게 남긴 경험 같다.

양조장 사장님이 만드는 것까지는 쉽고 파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늘 얘기했었다. 맞아, 그럴 것 같다. 일단 세금번호가 있어야 팔 수 있으니까. ㅎㅎㅎㅎㅎㅎㅎ 나오고 나서도 이게 과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받을지 너무 궁금하다. 지인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고 있다. 얼른 돈 받고 팔고 싶네. 내가 그래도 운이 대박까진 아녀도 자잘한 운이 꾸준히 좋은 편인 것 같은데, 제발 이번에도 그렇기를. 하늘이 도와 얼른 세금번호가 나오고, 우리 제품이 많은 입소문과 사랑을 받아서 꾸준히 생산되고 팔리는 제품이 되기를. 마치 아이가 세상에 나온 것처럼 이 브랜드가 어떻게 커갈지 너무 기대되고 궁금하고 잘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