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해가 바뀌었다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획적인 사람이 되지는 못하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언제든 시작할 마음이 들면 시작할 수 있다. 우선은 코로나 걸렸다 나은 것을 계기로 건강관리에 대한 다짐을 진정성 있게 다시 해본다. 아픈 것은 정말 별로다.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 같은 거 이미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 계속해서 게으름 피우게 되는 근력운동이라든지 물 많이 마시기 같은 것들을 다시금 새롭게 맘먹고 해 보겠다. 체력이 없으면 하루를 더 짧게 보내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내 정원을 마음에 들게 가꿀 수 있기 위해, 관심이 가는 취미 생활을 진득하게 해 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체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좀 많이 만나야겠다. 그동안 많은 마음속 응어리가 있었어서 스스로를 잠궈뒀던 것 같다. 판데믹 상황이기도 했지만 생각만큼 직장에서 성취하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족의 일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코로나에 걸려 돌아가신 이모부가 자꾸 생각나서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너무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빠르고 멀리 멀어졌다. 그러는 동안 자꾸 내부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했고, 자신감이 떨어지니 외부에 나를 노출하는 것이 꺼려졌었다. 나는 자격이 충분한데 그걸 남들이 몰라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그걸 알면서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남 탓과 내 탓을 버무려서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 시기가 다행스럽게도 조금 지난 것 같다. 지난 7일간의 병가 덕분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이불과 친하게, 오로지 쉼에만 집중한 시간이 없었다. 긍정적인 생각 회로를 켜기에는 너무너무 피곤했다. 최근에 사람들을 좀 만나면서 다시 느낀 것은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게 되게 재밌다는 거였다. 나는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그 사람이 대답해주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되게 재밌더라.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걸 되게 좋아한다. 나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성대를 하도 안 쓰고 살아서 그런지 말을 많이 하면 목도 금방 잠겨버리고 입도 아프다. 소셜라이징에도 체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네. 첫 번째 다짐을 잘 실천해야 두 번째도 가능하겠다.
툴을 사는데 돈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어마어마한 많은 취미생활을 시작할거다. 그동안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공간이나 시간을 핑계로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 어느 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게임만 많이 했던 거 같다. 그것도 즐겁기는 했지만 이제는 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상태인데 뭔가를 시작하는 것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해보고 싶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 해보려고 한다. 우선은 손으로 주물럭대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데 공기 중에 말려 사용하는 점토를 이용해 겉 화분이나 작은 소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아크릴 물감을 사서 패턴이나 그림도 그려봐야겠다. 화분이나 정원관리 용품도 하나씩 구색을 갖춰나갈 것이다. 고양이들 비디오를 더 많이 찍어두고 편집해서 브이로그로 만들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던 삼각대도 드디어 샀다. 카메라도 하나 살까 했는데 무려 15년 전에 산 데셀알이 그래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낸다. 일단 이걸로 짤막한 클립을 찍어 모아보다가 필요를 느끼는 방향에 따라 기변을 하려고 한다.
기록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한 번 노력해보겠다. 이미 쓰고 있는 것도 많고 밀린 것도 많은데 한 번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계속해서 기록해보겠다. 이 일기도 그런 차원에서 힘내서 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