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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춥고 더디다

내 베개위에 폭 싸여 누워 있는 노릉

오늘 정말로 오래간만에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았다. 해도 떴다. 다음 주 일기 예보를 보니 드디어 밤 기온이 10도보다 높이 올라가는 날들이 찾아온다. 가장 추운 5월로 기록되는 올 해는 봄이 와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미뤄져 있다.

 

일 년 중 회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이니만큼 그동안 일만 열심히 했다. 집안에 틀어박혀서 일만 하고 지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식사와 집 정리를 마치고 요가하고 씻고 조금 놀다가 잠이 들면 하루가 끝난다. 너무 단조로워서 어쩐지 슬픈 나날이다. 여러모로 정체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와중에 기쁜 일은 있었다. 삼 년 넘게 쓴 랩탑을 바꿀 타이밍인데 최근에 비디오 작업을 많이 한다는 것을 핑계로 엄청 고사양의 맥북프로를 요청했다. 엊그제 새로운 맥북이 집으로 배달되었고, 두 시간도 채 안되어서 모든 마이그레이션을 마치고 맥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원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덕분에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너무 쉬웠다. 클라우드 만세!

개인용으로 사용하던 2011년형 mbp와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신형 맥북프로는 과연 많은게 달라져 있었다. 사실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감동이 덜했지만 새로운 기계를 만지는 것은 너무나 설레는 일이어서 지난 며칠이 행복했다. 삼 년 넘게 위도우 머신만 썼는데도 단축키나 터치패드 제스처를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 그런데 아이패드와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자꾸 화면을 터치해서 조작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ㅋㅋㅋ 얼른 고퀄 렌더링이 필요한 비디오 작업도 해보고 싶다.

 

6월부터는 8월에 있는 독일어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를 시작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으므로 계획을 짜서 좀 영리하게 시간을 운용해야 한다. 그 밑 작업으로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고 싶어서 생체 시계를 돌리는 노력을 지난 한주 해봤는데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일찍 자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퇴근 후 밥 먹고 치우고 집안일하고,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일만 했다는 생각 때문에 억울해서 잠들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드라마 하나, 유튜브 영상 하나, 읽던 책 한 챕터만 보고 자야지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정을 넘겨서까지 신나게 뭔가를 보고 놀고 있다. 자정쯤에 한참 타임라인이 재미있어지는 트위터도 문제고. 아무튼 주말 동안에도 이어서 노력을 해보고 안되면 점심시간을 깎아내서 공부할 시간을 만들던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험 응시료를 날릴 수는 없으니까.

 

내일은 모처럼 해도 나고 낮 기온이 높은 주말이니 발코니 정원일과 이불빨래 등 집안을 쾌적하게 하기 위한 밀린 일들을 해야겠다.

 

오늘? 오늘은 그냥 맛있는 것 해 먹고 재밌는 영화나 한 편 보고 일찍 잠드는 것을 또 시도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