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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deo Journal

처음 브이로그를 찍어보고 느낀 점

처음 브이로그란 것을 만들어보았다. 내게 있어 브이로그는 찍어둔 짧은 클립들을 연결한 영상이 아닌 그냥 하루를 큰 고민 없이 기록해보는 의미로 몇 가지 클립을 의식적으로 찍어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즉 촬영하기 전부터, 이건 비디오로 일기 쓰듯이 찍어봐야지, 생각하고 찍고 싶은 순간을 기다렸다가 찍는 것. 그리고 찍어둔 영상 클립들을 모아 편집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본 것은 처음이고, 적당한 툴과 방식을 찾아가며 우왕좌왕 만들어 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YonoVlog #1 - 하루 중 내 스스로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는 시간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가족과 살면서 의외로 그런 순간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발코니의 식물들을 정리하는 단순한 반복 노동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요리를 멍하니 응시한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듬뿍 즐긴다거나 하는 순간을 비디오로 찍어보았다.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쓰고 있는 Canon EOS 60D이다. 삼각대 등 보조도구는 없어서 테이블위에 박스를 올려두거나 하는 식으로 카메라를 고정했고, 커피 내리는 씬은 같은 선반 끝에 올려둔 전기밥솥 위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찍었다. 둥근 전기밥솥 위에 올려두다 보니 카메라가 약간 기울어진 채로 찍어버렸다. 직업인의 마인드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처음이니까 너무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끝까지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대로 사용했다.

 

편집은 아이패드 프로를 이용해서, Adobe Premiere Rush라는 앱을 통해서 했다. 높은 자유도를 허락하는 앱은 아니었지만 몇 개 다운받아본 다른 것들에 비해서 미리 보기 화면이 깔끔하고, 평소에 쓰는 어도비의 다른 어플들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서 사용해보았다. 좋았던 점은 앱에서 제공하는 색상 필터, 음악 프리셋, 그리고 수많은 서체였다. 효과 및 음악을 추가한 이후에 다시 미세한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해서 다행이었다. 반면 몇 안 되는 텍스트 삽입 프리셋 애니메이션이나 트랜지션이 정해져 있었고, 직접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은 많이 부족했다.

 

7분이 채 안되는 영상을 편집하는 데에만 3시간가량 걸렸다. 앱에서 제공하는 디자인 기능이 제한적이었던 관계로 마음껏 파고들어 수정하지도 못한 편집이었는데도 정말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 촬영에 쓴 시간까지 생각하면 4-5시간은 투자한 결과물이다. 완성작에 대한 만족도는 60점 정도인데 이걸 90점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다음엔 아래 안 해서 후회되는 것들을 하도록 해야겠다.

  1. 소재를 확실히 가지고 계획해서 간단한 콘티라도 그려보고 시작하기
  2. 가능한한 자연광이 밝은 시간대에 촬영하기
  3. 원본 푸티지의 퀄리티에 더 신경 쓰기. 삼각대를 사지 않더라도, 주변 조형물을 좀 더 창의적으로 이용해서라도 앵글, 기울임 등을 제대로 계산해서 찍기
  4. 화면에서 내 신체의 일부가 완전히 나가는 지점을 의식적으로 찍어서 편집 포인트로 이용하기
  5. 아이패드 말고 피씨를 이용해서 제대로된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하기

다만 두번째 것은 언제 찍을지 모르겠다. 단순한 기록적 측면의 영상은 찍는 것도, 편집하는 것도, 보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내가 시간 날 때 다시 돌려보고 싶을 만한 소재는 뭐가 있을지 고민해보면서 살다가 떠오르는 것들 메모도 하고 하면서 다음 것을 구상해 봐야겠다. 그래도 재미있는 시도였다. 뒤늦게라도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