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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sual Journal

가택연금과 2020년 Q2

내가 가택연금 상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림일기를 그려 보았다.

미뤄뒀던 가계부 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월 부터 3월까지의 일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쓰는 돈이 내 행적을 이야기 해 주는 시대였다. 3월초에 파리 여행에서 돌아오고 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안나가고 장을 몰아서 보는 이른바 가택연금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1, 2월의 지출내역과 3월의 지출내역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 도시나 조금 먼 곳으로의 여행,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등의 문화생활, 외식은 완전히 없어졌고,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매주 탱크를 채우던 주유비도 대폭 줄었다. 장보는 가격은 물가상승 때문인지 아니면 몰아서 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올랐다. 아무래도 1, 2월에는 면조와 내가 따로 살았었으니 각자 있는 곳에서 장봐다 해먹는 것은 덜 신나기 때문인가보다. 결과적으로 지출이 줄었고, 스위치를 사도 문제가 전혀 없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게임을 좀 해도 괜찮겠지. 같은 시간을 자기계발에 힘 쓸 수도 있겠지만, 뭔가 지쳤다.

 

가계부를 통해 힌트를 얻은 것을 제외하고는 1, 2월에 내가 뭘 했는지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패드로 게임 오션혼을 재미있게 해서 그게 가장 기억에 남고, 그래이스앤 프랭키를 정주행 한 것은 정말 잘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년까지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영어랑 주식공부도 조금씩 했었다. 그런데 2020년이 되고부터는 슬슬 그만두었다. 무기력함에 빠져서 (겨울의 끄트머리엔 늘 이러는 것 같다.) 딱히 한 것이 없다. 책도 만화책들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두권 꼴로 읽었다. 선택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건지 무기력증이 작품 감상에도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몰라도 짧막한 감상을 적어두는 노트에는 부정적인 멘트만 적혀 있다.

2월과 3월이 전환하는 사이에 파리 여행을 다녀왔다. 내 생일을 맞아서 이 무기력의 끈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슬슬 유럽에도 넘어오는 것이 보이던 시점이어서 인종차별을 겪을까봐 불안했지만 결국엔 디즈니랜드도 가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훌륭한 리프레시가 되었다. 그리고 다녀와서부터 쭉 뭔가 시도해보지 못한 채로 가택연금 중이다. 사실은 클라이밍 교실에 등록하려고 했었다. 아니면 회사 근처 수영장을 다니려고 생각도 했었다. 이런 류의 활동은 제한을 받기 때문에 관두고 다시 홈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마음만 먹다가 4월이 되어서야 다시 시작했다. 운동이 삶의 루틴으로 자리잡고 체력과 근력이 보조를 해 줄 때 다시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남은 4월 그리고 5, 6월에 뭘 할지 잠깐 생각해 보려고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지키지는 않을테지만 어떤 방향으로 시간을 쓰는 편이 좋을지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는 자체는 유익한 느낌이 든다. 일단 이 상태로 쭉 재택근무를 할 생각이다. 어지간해서는 장도 지금처럼 몰아서 보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한다거나 해도 거절할 생각이다. 월 1회정도 야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거리를 유지하며 등산을 간다거나. 지금도 2주에 한번씩은 강가나 산에 가서 긴 산책을 하다 오는데 참 좋다. 이렇게 해서 모은 시간코인을 어디에 쓸지 정리해 보자.

발전적인 방향

홈트 다시 열심히 해서 손실된 근육 되찾기 - 2kg정도 감량하고 근육량을 늘리자

작년에 한 프로젝트들 케이스 스터디 써보기

독일어 공부 - 이건 목표랑 어떻게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 봐야함

영어 공부 - 따로 안할거 같지만 전공책 읽기

외주 작업해서 번 포켓머니로 취미생활에 돈 쓰기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 된다

젤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 다 보기

소설책 고전 읽기 - 지금이랑 다를바 없이 살던 시대의 사람들 이야기를 읽고 싶다.

발코니 식물존이랑 홈트존 환경개선 - 최대한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되도록 머리를 굴려보자

괜찮은 것 같은데? 이정도면 알차게 남은 상반기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케이스 스터디를 한두개라도 완성한다면 이직을 위한 되게 큰 한걸음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제 UX타이틀 단 경력은 고작 1년이다. 욕심내거나 조바심 낼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내 안위와 행복에 집중하고 뭔가 남길만한 것을 만들자. 그리고 요즘들어 뭔가 기능하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게 뭐가 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