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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sual Journal

예전과 같은 일상, 다른 일상

오늘 한 일 중 기분 좋았던 것들 - 침대에서 나오기 전에 노릉 궁둥이 실컷 만지기, 잠옷입고 오트밀 애플 케이크 오븐에 넣어두고 출근하기, 점심으로 먹기, 햇빛 가득한 테라스에서, 일도 많이 했다. 요즘 푹 빠져있는 어둠속에서 요가하기(방해꾼 요를과).

그림일기를 그려보았다. 글씨를 너무 못썼다. 화면이 미끄러워서 더 잘 쓰기 어려운 것 같다. 알아볼 수 있게만을 목적으로 썼다. 아이패드도 발열이 꽤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앱이 무거운 걸까.

 

여러 미디어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없는 세계라고 한다. 다만 아무도 이전의 어떤 풍요로움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고, 이후의 다름이 어떤 방향일지 묘사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전문가가 설명한 이전과 같은 일상이 저가항공 덕분에 일 년에도 수차례씩 비행기 타고 휴가를 다니고, 대중교통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고, 외식을 하고, 남은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싸와서 냉장고 안에 처박아 두었다가 상해서 통째로 버려버리고, 하는 어떤 월급 노동자 뫄뫄 씨의 일상인지, 아니면 자동차 여행을 즐기고, 외출은 자주 하지 않지만 나처럼 직장이 멀어서 주 2회 자가용으로 회사까지 긴 드라이브를 다녀오고, 밥은 어지간해선 집에서만 해 먹는 사람의 일상인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마다 취향, 습관, 성향, 신체조건 등이 너무나 다르다. 꼭 뜨거운 물로 샤워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미온수로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볼일 볼 때 휴지가 8칸 필요한 사람이 있고 3칸과 물티슈로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 밤에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있는걸 더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아주 환하지 않으면 눈이 침침한 사람이 있다.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상상하면 좋을까. 보다 더 전문적인 다른 전문가가 이 구체적인 방향을 연구해 주면 좋겠다.

 

재택근무는 사실 아주 마음에 든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진 덕에 길에서 버리던 2시간여를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되었다. 쿼런틴으로 인해 시간이 너무 많아지고 심심하다고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다행히도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주 2회 출퇴근할 때 쓰던 시간만 돌려받았다. 하지만 이게 큰 의미가 있는 게, 저녁밥을 일찍 먹으면 운동도 더 일찍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시간 활용이 쉬워진다. 우리 팀은 미국에 있는 팀과 회의를 해야 해서 저녁 6시 이전에 퇴근하는 것은 어려우니 해당 안되지만, 8-5나 7-4로 일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길어진 저녁을 이용해서 더 긴 하루를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을 자주 대면해서 만나거나 외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나는 사실 편하다. 물론 막상 만나면 좋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오기는 한다. 하지만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한 먹보인 나는 내가 원하는 메뉴 선택이 녹록지 않은 6인 이상 여럿이 만나는 모임(10중 8, 9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고 아주 가끔씩 인도 레스토랑에 간다.)이 엄청 반갑지는 않다. 차라리 펍에서 만나서 맥주만 다 같이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이 와도 비어가르텐에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조금 슬프지만, 뭐 그렇다.

 

장을 조금씩 자주 보던 것이 잔뜩 봐서 쌓아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것은 사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신선도 관리도 쉽지 않고, 상하기 전에 처리하려고 너무 많이 먹게 되는 경향도 있다. 이 부분만 좀 더 지혜롭게 운용할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미국의 어떤 주는 아예 6월 10일까지 인가로 통행제한을 걸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바람과는 달리 이 상황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지치지 말고 적응해야만 하고, 다 같이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을 좋아해서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그냥 어쩔 수 없는 때니까 좋아하려고 더 애쓰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일기 쓰기는 정말로 도움이 된다. 우주비행사는 진짜 칩거생활 전문가 인정.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