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연히 스스로가 올빼미형 인간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다. 일단 가장 큰 근거는 기립성 저혈압도 있고 아침에 특히 정신을 못차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란 정말 크나큰 도전이자 위험부담이다. 하지만 좀 안전하게 일어나는 법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 것은 퇴근 후 저녁 시간이 너무나 짧고 뭔가를 하기엔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언제 시작하든 일을 끝나는 시각이 저녁 6시 이후인 나는 (하지만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내는걸 여전히 선호한다. 아침이나 오전에는 목소리조차 잘 안나와)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오면 6시 반, 운전해서 집에 오면 7시 반, 청소기 돌리면 8시, 저녁 준비하고 먹으면 9시, 고양이들 챙겨주는 루틴 하고 나면 9시 반, 설거지와 집정리 좀 하고 씻고 나오면 10시가 이미 넘어서 잘 시간이 되어 버린다. 평소에는 10시부터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나도 못 했다는 불안함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것을 시도하지만 이미 지치고 피곤한 머리로는 딴짓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 보내기 쉽상이다. 이 시간에는 차라리 정신에 부담 없는 재미난 것을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침시간 활용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난 아침잠을 정말 사랑하는지라 심지어 첫 알람은 울리는 줄도 모르고 30분이고 울리게 둔다. 요즘에는 주중에 남편이 없으니 대신 고통받으며 깨서 날 흔들어 깨워 줄 사람도 없다. 세 번째쯤 알람에 가까스로 눈을 떠서 끄고, 네번째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또 잠드는게 나다. 당연히 일어나서는 되게 바쁘게 최소한의 외출 준비만 하고 나가야 한다. 아침밥이나 커피를 집에서 챙겨 먹을 여력 따위는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잇점에 대해 들어온 바가 있고, 저녁 시간에 대한 후회와 한계를 알고 나니 나도 아침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시간을 짧게라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주에 3일간 도전하고, 이번주에 다시 두 번 더 해서 총 5일간 시도한 다음과 같다. 오전 6시 10분전에 서서히 소리를 키워가며 깨우는 알람을 설정한다. 그리고 6시에 일어나면서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10시에 반드시 잠자리에 든다. 꼭 잠이 들지는 않더라도 침대에 눕는다. 사실 이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10시에 잠자리에 누우려면 저녁에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시간낭비 없이 할 일들을 해야 한다. 요리도 예상한 대로 시간을 써야 하고 넘겨버리면 안된다. 이런게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작심 3일은 채우자란 심정으로 조금 맘에 안들어도 더 시간을 쓰지 않고 마무리 하면서 지켰다. 결과적으로 6시에 깨는 것은 이틀 성공, 세번째와 네번째 날은 6시 30분에 울리는 '침대에서 기어 나오기' 알람에서 깼고, 30분 늦게 침대에서 기어나올 수 있었다. 애초 계획한 6시 30분 부터 7시까지는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 내려 마시고, 토스트기에 빵도 구워 먹을 수 있는 돌아다니며 잠깨는 시간이다. 그리고 7시에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원래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처음부터 거창하게 머리박고 앉아서 공부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동기가 부족하다. 그래서 대신 전공관련 책인데 미뤄두고만 있던 돈노만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다. 8시까지 1시간 책을 읽는 것이 목표지만 일어나서 책상에 앉기까지 시간 차이가 매일 있었고, 그 날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집중도도 달라서 보통 20~40분 정도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된다. 오늘은 30분정도 읽었다. 그리고 평균 5분당 한 페이지, 하루에 총 6-8페이지를 읽게 된다. 엄청 더디게 진도가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몇 달간 멈춰있던 북마크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보는 것은 약간 뿌듯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 있어서 다음날 아침도 기대하게 된다.
오늘은 시간이 약간 남아서 이 일기도 쓰고 있는데 얼른 마무리하고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 단순한 일과를 추가함에 있어 내가 바꾸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되게 많아서 놀랐지만, 그래도 덕분에 '아 내일 출근하려면 얼른 자야 하는데'하는 쫓기는 기분에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거나 하지 않아도 된 점은 좋다. 그리고 아쉬운건 역시 고양이들 보며 멍때리는 시간(한시간 후딱 간다)의 사치가 허용되지 않아서 힘들다. 삼일만 하고 하루 쉬고 하는 방법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