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위터에서 번역가 김명남님이 소개한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사용하면 좋은 40:20 메쏘드가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 유명한 뽀모도로 메쏘드(25:5)처럼 한 단위를 부를 때 1KMN(일 김명남)이라고 한다 ㅋㅋㅋ 이 정도 분량의 일은 4KMN정도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방법은 간단하다. 정각에 일을 시작해서 40분간 타이머를 맞춰놓고 최대한 집중해서 일하고, 타이머가 울리면 그 때부터 20분동안 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메소드를 잘 사용하려면 연습이 좀 더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40분이나 집중이 끊기지 않고 한가지 토픽에 몰두 할 수가 없다. 내가 집중력이 부족한 인간이어서도 있고, 일 자체가 그게 잘 안된다. 기본적인 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카이프나 이메일로 오는 요청사항들을 수시로 확인해서 답변 주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한번에 적어도 세가지 이상의 토픽을 위한 수많은 브라우저, 프로그램 창이 혼란스럽게 떠 있다. 그러다보면 그 안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정신은 수시로 잃기 때문에 다시 내 프로젝트로 집중력을 복귀하기 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오히려 호흡이 보다 짧은,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뽀모도로 타이밍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25분정도는 다른 일에 눈길을 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기다려 주지만 40분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일과 직업의 특성 같다.
하지만 일 하기 싫은 날은 이런 시간 관리 방법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도 않는다. 그냥 하기가 싫다. 의욕이 없고, 머릿속이 뿌옇다. 일이 잘 되는 날에는 그 날 처리해야 할 일이 A부터 Z까지 중요도 및 다급한 순서대로 떠오르고, 그 것을 하나하나 처리 하기 위해 일의 단위도 잘게 잘 나뉘어진다. 하지만 일하기 싫은 날에는 마치 오늘은 구지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인 것 같은 마음가짐이 되어버리는 것이 내 문제다. 어제까지는 중요하다 생각한 일도 오늘 일이 하기 싫으면 그 일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핑계를 수십개 생각 해 낼 수 있다. 타고난 게으름뱅이라 이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게 To do list다. 온갖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투두 리스트가 존재 하지만 나는 사실 그냥 제일 단순한 Bullet point 기능을 쓴다. 어지간한 에디터에서 bullet list는 다 지원하고, 탭 하나 들어간 서브리스트에 더 작게 세분화 해서 할 일을 나눌 수도 있다. 아침에 작성해 놓고, 하나씩 끝낼 때마다 체크해서 지워나가다 보면 '다음에 뭐 하지' 생각하는 수고가 없다. 나는 일 하기 싫은 날에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적어 놓는다. 커피 마시기, 업무용 휴대폰 충전하기(매일 안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기 등. 그러면 일 하기 싫은 기분이 들 때 쉽고 덜 고통스럽게 리스트에서 지울 수 있는 항목이 생긴다. 뭔가 하나 완수하고 완료의 가로줄을 시원하게 긋고나면, 놀랍게도 다음 항목을 처리 할 힘이 조금이나마 생긴다.
그리고 또... 뭐가 있지
그래도 하기 싫을 때는 이렇게 일기 쓰면서 땡땡이 치기도 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