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를 꼭꼭 씹어가며 감상중이다.
'바이스 프레지던트 오브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트'라는 길고 근사한 직함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가능하다면 권력을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다.
이런 서민의 삶 중에 어떻게 그 사실을 눈치챘냐고?
간단하다.
게임하다가 알았다.
어릴 때 엄마가 '넌 왜이렇게 욕심이 없니'라는 말을 참 많이 했는데,
나는 절대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남들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꼭 남들보다 더 잘할 필요는 없다는걸 어렴풋이 알았다.
나는 돈, 좋은 아이템을 모으는 것보다도,
유명한 길드에 가입하거나 닉네임만 보아도 사람들이 알만큼 유명해지는 것 보다도,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나에게 잘보이고 싶어하게 되는 때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캐릭터 및 직업을 고를 때도 보조형, 파티사냥에 꼭 필요한 역할(힐러라든지)을 선택했고,
파트너나 파티원들이 내가 없으면 사냥이 답답하다 느끼게 하도록 길들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내 능력치나 컨트롤이 좋았어야 했기에 효과적으로 잘하기 위해 연습도 해야했고,
혼자서 사냥해야 할 때는 남들보다 몇배 힘들기도 했지만 권력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감수했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거나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은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또, 내가 말하는 정치적이란 것이란 여당 야당 정치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막말하면 '편가르기', 좋게 말하면 '가치의 권위적 배분'인 정치적인 것에는 꼭 필요할 때 말고는 얽히고 싶지 않다. 차라리 아웃사이더 듣보잡 취급이 맘편하다. 이는 명예욕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특정분야에서 남들이 날 의지했으면 좋겠다. 바꿔말해서 '권위'정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하고, 이런저런 경험도 있어야 하고, 결국 그분야 존잘님이 되어야 하는건데, 이게 명예 때문도 아니고 돈 때문도 아니고 권력 때문이라니.. 게다가 커뮤니티 활동도 별로 내키지 않다니. 나는 이미 망한 것 같다.
게다가 어차피 한달벌어 한달 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돈이 제일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도 넉넉하지 못한 주제에 뭔 권력타령이냐.
권력은 남편과 남동생에게만 부리는 걸로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