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고등학생을 포함한 제주도로 떠나던 수많은 승객들이 희생되었다.
지난주와 이번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의식적으로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고, 슬픔에 절어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가슴 안쪽 10cm정도 부근이 딱딱하게 부어서 축 쳐져있는 느낌이 지속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이, 집단 우울증 같은 것을 앓고 있는 기분이다.
대학생이 죽었고, 고등학생이 죽었고, 이젠 중학생 차례라며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이며 소풍 가기를 무서워한다는, 너무나 중학생스러운 미신을 전해 들었다. 너무 너무 애처롭다.
10대 초반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워해야 하다니, 그래서 여행을 두려워하게 되다니.
너무 끔찍한 사고이고, 이 사고 배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참 처참하다.
사람들의 인도적, 정치적 비판여론이 갈수록 이성을 잃어간다.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아무나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의 말을 퍼나른다.
혼돈, 혼돈, 혼돈
마녀사냥, 선동, 음모와 같은 실체보다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단어가 판을 친다.
혼란, 혼란, 혼란
나는 수능 시험을 볼 때 시험지를 50분 정각이 아닌 49분에 걷어서 1분을 손해 봤을 때에도 속이 상해서 밤잠을 설칠정도로 억울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데,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누군가의 우선순위에 밀려서 하나뿐인, 가장 귀중한 생명을 잃었을 그들을 생각하니 내 일이 아님에도 며칠 째 횡경막이 찢어지는 것 같고, 목뒤가 뜨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정말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
부디, 부디, 부디
희생자들의 영면과 명복을 빌고,
살아남은 사람과 가족,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이 비통함을 견뎌내기를.
더 커다란 아픔을 나와 주변인에게 주지 않을 만큼 강하기를.
이기적인 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