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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요를이 나에게 겁을 낸다.

원래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dslr로 사진을 많이 찍어줬는데, 최근에는 별로 dslr을 꺼낸 적이 없을 뿐이다.

아무리 오랜만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겁낼 줄이야.

처음에 두방은 아무 생각없이 찍고, 조금 더 다가가서 찍으려는 순간 부리나케 도망가서 침대밑에 숨어버렸다.

이런 날쌘 움직임이 워낙 오랜만이기도 하고, 예전엔 렌즈에 코를 킁킁 들이대며 냄새맡고 놀 만큼 겁없는 녀석이었어서 그냥 당황하기만 했을 뿐 요를이 놀랐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 나와서도 내 얼굴만 보면 다시 뛰어들어가 숨길래 나도 약간 놀래서 요를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혹해 봤지만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간식 그릇을 침대 앞에 두고 침대위에 올라가서 동태를 살피니 한참 후에 나와서 간식을 먹는다.

먹는 중간중간에도 내 눈치를 본다.

오만하고 거만하기 짝이 없던 요를이 내 눈치를 보며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진다.

야이놈아. 도대체 왜 갑자기 카메라를 겁내는겨. ㅠ ㅠ


요를이 난생 처음 나를 겁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이 싸해지고 무서워진다.

항상 나를 굉장히 편하게 여기며 늘 내가 있는 가까이에 와서 철퍼덕 누워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을 보내던 녀석이말이다. 손만 가져다 대도 그릉그릉 기분좋다는 표시를 하던 놈인데.

잠을 잘 때도 아주 무방비하게 배 다 까놓고 누워 자던 녀석이 침대 밑에서 꽁꽁 숨어 쉬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스트레스 릴리프 간식까지 꺼내서 진심으로 사과하며 천천히 다가가서 줬지만 나 보는 앞에서는 결국 먹지 않았다.


다시 친해지려면 얼마나 기간이 필요하고, 얼마나 노력을 해야할까?

이녀석은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렇게 믿고 편해했던 날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참으로 비극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