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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deo Journal

피아니스트의 전설


사는 곳은 전혀 달랐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또래인 남편과 나는 문화적인 코드가 종종 맞아 떨어진다.

내가 정말 좋았던 것을 추천하면 면조도 좋아하고, 면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추천하면 나도 좋아한다.

영화의 경우 면조가 추천해서 너무 좋게 봤던게 몇개 있는데,

이번에 본 피아니스트의 전설도 그랬다.


특히 저 장면은 보고난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장면들과 달리 카메라도 담백하고, 말많던 인물들도 말한마디 없고

그저 피아노 연주와 두 배우의 타이트한 얼굴만 교차한다.

1900이 사랑에 빠지는 표정은 정말 뜨겁게 맘에 콱 꽂혔다.

ㅠ.ㅠ


오늘 보고싶던 영화가 곧 상영을 종료해서 부랴부랴 압구정에 영화를 보러 갔다.

하지만 좌석이 단 5자리만 남아있었고 그나마 다 안좋은 자리들이 띄엄띄엄.

결국 영화는 내일저녁으로 미루고 오랜만에 음악들으러 몽크투바흐(구 카페에스프레소)로 갔다.

오랜만에 뵙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카페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음악을 듣고 계셨다. (멋있어!)


앉아서 당장 playing love를 신청했더니 여러가지 악기 버젼으로 들려주셨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니, 우아, 생각보다 달콤하지도 않고 어쩐지 성스러운 성가곡 같았다.

그리고 보컬, 플룻 등의 버젼을 듣다가, 마지막으로 영화에 나온 버젼을 들었는데,

아! 바로 이거야!

영화에 나온 버젼이외에는 이 감정이 살아나지가 않더라. ㅠ.ㅠ

저 잔잔하고 따뜻한 피아노 소리가 정말 너무 좋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 휘황찬란한 음식일지라도 

단지 따뜻한 소다빵 한조각이 먹고 싶을 때엔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였다.


간만에 좋은 소리로 드보락 첼로 협주곡도 듣고, 이문세도 듣고, 참 좋았다.

더 있고 싶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다른 손님들도 왔고,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았다.


카페에서 집에 올 때마다 결혼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집까지 오는 긴긴 거리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올 친구가 있다는게 어찌나 다행스러운지.


아무튼 정말 정말 좋은영화다.

그리고 취미와 감수성이 비슷한 면조가 남편이라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