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이라고 해도 좋겠지.
외할아버지 산소가 있긴 했지만 돈주고 관리인을 쓰고 있고,
그나마도 어릴 때 말곤 자주 찾아가지 않았다.
친가쪽은 어쩐지 전부 화장을 해서
난 자연스럽게 화장문화에 더 익숙해져 있었는데
시댁은 정 반대로 전부 산소.
매년 벌초를 가신다고 한다.
벌초전 산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만큼 풀밭이었다!
내가 늘 보던 잔디가 곱게 깔린 산소가 아니고
길고 억세보이는 풀이 아무렇게나 자라있더라.
총 네분의 묘를 모시고 있어서 넓기도 넓고 ㅎㅎㅎ
캐나다에서 이모부 댁 앞마당 잔디깎는 차원으로 생각했었는데
다들 그 얘기 듣더니 비웃으셨다 ㅠㅂ ㅠ
그래도 어찌저찌 열심히 깎아 봉만 남기고 점심을 먹었다.
김치찌개랑 계란말이가 기가 똥이차게 맛있더라.
야외에서 일한 뒤에 먹는 밥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밥 다먹고 봉도 열심히 깎았다.
우리 밥먹을 때 모기들도 식사를 해서 온몸이 쇼킹할만큼 간지러웠다.
봉을 깎는 작업은 마치 이발하는 것 같았다.
다 깎아놓으니 이건 뭐랄까...
흙이 드문드문 보이고 참..빈하다 ㅠ ㅠ
풀이 무성할 때보다 깔끔할 뿐 여전히 잔디가 푸릇한 예쁜 산소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벌초는 끝이 났다.
벌초란게 이런건가보다.
돌아오기 전에 아버님 고향인 시골동네를 구경다녔다.
시골 구경은 재밌다.
소들을 구경하니 소들도 우릴 구경했다.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아주버님이 사주신 핫바와 커피를 마시니 여행기분이 났다.
다음 벌초 땐 모기에 물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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