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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

사실상(요새 이 단어가 유행하더군 ㅋㅋ) 나는 참으로 복잡한 배경을 등지고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는 복잡한 존재다.
나는 대부분의 것을 복잡하지 않게, 단순화 시켜서 생각해버리는 편인데 막상 내 일에 대해선 그럴 수가 없다.
일단 단순히 '학생', '직장인', '백수'와 같은 한마디로 딱 떨어지는 상태는 무척 편리하겠지만 나에겐 해당되지 않고,
난 안정적이거나 단순한 삶에 흥미도 없다.
그러나 여러가지로 관심이 분산되다보니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하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붕 뜬 상태로 2011년 전반기를 보내버렸다.
진짜 복잡해야 할 것들을 위해 주변의 신경쓰이는 것들을 단순하게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올해 초 였나, 눈앞의 현실이 아닌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돈을 계획적으로 쓰고 모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관심 전혀 없던 재무관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복잡하던 '지출'과 '저축' 부분을 단순화시키기 위한 목표세우기를 하는중이다.
작년초부터 꾸준히 써온 가계부가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형이상학적인 숫자들이 그래프로 그려져서 눈으로 보여지고, 목표치 도달에 대한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으면 많은 것이 명쾌해진다.
단순화 시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밤까지 꽉 짜인 스케쥴로 생활을 한다.
생활이 좀 더 단순해져서 몸은 좀 피곤하지만 머리속은 편해졌다.

하지만 어쩐지 피곤하다.
무작정 돈을 모으는 것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무언가 대단한 꿈을 향해 하고 싶은데, 그 꿈이 뭔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목표하는바나 꿈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나 생각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고
먹고 사는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다보니 꿈같은거 포기하고 싶다는 기분이 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또 요새 유난히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시 말해 '나는 뭣땜에 힘들게 돈을 벌고, 무엇을 위해서 현재의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을까?' 여기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1-2년간의 나는 에너지도 넘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시기이고, 이 때에 뜻깊고 재미난 일들을 많이 많이 하고 싶은데
근본적인 의문이 해결되지 않다보니 막상 무엇에 열정을 쏟아내야 할지를 모르겠다.
우물쭈물하면서 쓰지 못하는 에너지는 점점 방전되는 기분이 들고 한동안 정말로 힘도 없고 너무 우울했었다.

문득 건강하지 못한 신체가 되면서 점점 건강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 하는 회의가 들더라.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를 만져아하는 작업의 특성상 건강을 챙기기가 쉽지 않아 병치례는 잦고, 척추나 경추건강은 최악.
소화도 잘 안되고 이게 계속되다간 정말 죽진 않더라도 내가 바라는 열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겠구나 싶었다.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예부터 들어왔는데
그 기회란 놈이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잡을 준비가 되려면
내가 좀 더 활기차고 매력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공부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분명히 건강해질테고,
조금 더 부지런해 지거나 바른생활을 하는 데에 보탬이 될 테니까 당장 시작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게 7월 말.
8월 말에야 헬스클럽에 가서 등록을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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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돈과 권력의 단맛을 몰라서 그런지(평생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바라는 가장 이상적이고 행복한 삶 또는 내가 바라는 멋진 나의 모습은
'재미난 일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신나게 하고, 뿌듯한 결과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무슨일을 하든지 이런 재미남과 신남과 뿌듯함을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도 넉넉한 수입과 품위있는 생활, 주변인들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것을 적어도 5-10년 동안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현실임을 요새는 좀 알 것 같지만(예전엔 재미난 일을 신나게 하기만 하면 진짜로 바로 돈과 명성이 따라올 줄 알았다) 그것을 견디는 것도 능력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돈도 많지 않고, 학벌도 그저 그렇고, 창의적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타고난 천재성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한 업적을 남기고, 부러운 삶을 살다간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질구레한 것들에는 좀 더 신경을 끊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로 자질구레한 것이 뭐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을 짓는 단순화가 중요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현상은 단순하게 보이고, 선택이 쉬워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여타 여름들과 달리 별로 놀지도 않고 생각만 주구장창 하면서 보냈다.
원래 가을에 생각이 많아지는데 가을에 해야할 생각을 여름에 너무 많이 해서 이젠 생각이 좀 질린다.
가을엔 다행히 추석도 있고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도 있고 즐길거리, 이벤트가 간간히 있다.
좀 쉬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면서 고생하고 있는 나한테 이것 저것 베푸는 가을이 되고싶다.

아주아주 힘든 시기를 겨우 막 지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