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Visual Journal

같이 본 영화가 재미없어서 오히려 재미있었던 데이트

남들은 토요일에 쉬지만 프리랜서인 면조와 나는 토요일에 폭풍 작업을 해야한다.
따라서 주말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한 만나지 않는 편인데,
둘 다 궁금해하던 '오시이 마모루'의 2008년 신작 애니가 개봉한다고 해서
오늘 말고는 도저히 볼 시간이 안나기에 짬을 내서 아트센터 선재로 보러 갔다 왔다.

아침부터 즐거운 일만 잔뜩 있었고,
가회동 근처에 갈 때마다 꼭 가게되는 지존초밥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로
몸과 마음이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는 시점에,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애니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이자 무려 로맨스라는!!
'스카이 크롤러'의 표를 끊었다. (정독 도서관 회원증으로 천원 할인까지 - 3-)

맛있는 초밥으로 가득찬 배를 두드리며 푹신한 자리에 앉아 불이 꺼지니...
졸음이 밀려왔다......
이런 경우가 여러번 있었기에, 초반 5-10분간 집중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그다음부터는 졸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서 엄청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으나
내가 기대한 초반 5-10분간은 구름 배경에 오프닝 타이틀만 흘렀다......

그리고 30분정도 버티다가 '아 걍 자도 되겠다' 싶어서 자버렸는데,
재미없는 영화에 대한 분노의 감상평은 접어놓겠음.
아마도 내가 무식해서 재미 없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에.......후후


여튼 참 다행이도
보기전에 오시이 마모루를 극찬하던 면조도 끝나고 나서
"이게뭐야~~~~~~ 끄앙" 하면서 막짜증낸다 ㅋㅋ
'휴- 나만 지루한게 아녔구나 ㅋㅋ'
안심하면서 삼청동 입구로 걸어나오는 내내 마구마구 악평을 쏟아놨다.
그리고서 둘 다 뭔가 상실감에 몸과 마음이 급 추워져서 다이어트는 잠시 접고
'단거'가 무지 땡긴다는 핑계로
커피빼고 다 맛있는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와인치즈케잌이랑 카라멜마끼아또를 시켜놓고 폭풍 당분섭취.
블랙만 마시는 내가 가끔 속이 허할 때 라떼나 모카를 시킨 적은 있어도
이름부터 굉장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_-;;;;

공각기동대 하나로 단숨에 거장이된 양반의 영화를,
지루해서 졸면서도 속으로 약간 죄책감과 챙피함 같은게 있었는데,
막상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게되는 순간 느끼게 되는 안도감이랄까.....=_=
만약 면조는 엄청 재밌게 봐버렸다면, 나는 옆에서 억지로 재밌었던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ㅋㅋㅋㅋ
오히려 지루해 죽겠는데 잠은 안오고, 옆에서 쿨쿨 잘자는 나를 부러워했다고 함.
뭔가 우린 하나야......위아더월드! 같은 기분으로 당분 섭취 후 기분좋아져서 헤어졌다.

아- 재밌었다.



허탈한 웃음만 허허허허




파마한 면조 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