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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려고 한다.

내가 평소에 티비를 보는 빈도는 굉장히 낮아서,
다 모아봐야 한달에 다섯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본다 해도 예능프로가 대부분이고,
드라마는 잘 챙겨보지 못해서 보지 않으며,
영화는 중간에 광고 때문에 끊기거나 하면 너무 불쾌해져서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드라마는 한번도 '본방 사수'라는 것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연애시대
파스타

정도의 드라마를 방영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다운받아서 보았을 뿐이다.

다음 드라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려고 한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에 임시형이가 강력하게 추천한 바도 있고,
(가까운 사람이 열을 내며 드라마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설명하면 솔깃하게 된다.)
캐스팅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

주변을 관찰하다 보면 사람들은 가끔씩 중요한 착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누구의 사례로 미루어 보아서 이럴 때 나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처럼
단순한 특정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나도 그 일반적인 범주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 듯이 보인다.

애초에 나는 일반화라는 단어도 싫어하고, 일반화가 습관이 된 사람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나를 동의할 수 없는 일반화의 범위에 끼워넣는 것이 가장 싫다.

누군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한 행동이라는 전례가 있어야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습관은
사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이고,
나는 그러한 습관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남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딱히 검증되었다고 보기 힘든 전례에 얽매여 나의 선택이 좌지우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독불장군, 혹은 고집쟁이, 혹은 남들을 무시하고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사람 정도로 비난받기도 한다.

모르겠다.
모처럼 태어나서 최민희란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나만의 '세상'을 지키고 싶은 것이 과욕인 것일까.
나만의 세상에 갇혀버려서 다른사람의 의견을 못듣게 되어버리는 것일까.
죽어라 남들의 의견을 리서치하는 것이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