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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간지나게 깎아보려다 망한 밤톨머리 원근이랑 스타벅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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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난 스타벅스에 늘 출근도장 찍는데 원근이랑 가는건 처음이다!
최원근은 아직 촌시러운 대한민국 남아라서 이런데 잘 안간다.
카페모카는 좋아하는 거 같지만, 블랙커피를 마신다고 폼잡길래
내멋대로 바닐라 시럽이 들어간 소이라떼를 주문해 줬더니
첨엔 달다고 투덜대다가 나중엔 내꺼까지 다 마셨다 =_=
먹고싶다고 해서 천원 보태준 케이크는
맛이 그냥 그렇다면서 3/4가량을 순식간에 먹어치워서
내가 그만먹게 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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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라 9시까지밖에 영업을 안한데서
훌륭했던 케이크를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나왔다.
날씨가 쌀쌀해서 캔커피를 하나 샀는데,
원근이 입에는 안맞는다고 해서 내 커피랑 바깠다 -_ㅜ
(내껀 아직 남아있던 스타벅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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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자식은 자기같은 동생 때문에 힘들겠다면서 날 위로했다.
난 맛있는걸 제발 맘놓고 실컷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게 해달라며 울부짖었다.
원근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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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어진 우리는 교보문고에 가서 이것 저것 둘러보다가
생각외로 소설 취향이 맞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
20년 가까이 한집에 살면서 우린 소설에 대한 이야기 그닥 해본 적 없다.
나도 원근이도 서로가 소설을 꽤 높은 빈도로 읽는다는걸 몰랐다.
파울로 코엘료를 알고있어서 이놈을 다시보게 되었다.
내동생이 야한 그림만 그릴 줄 아는 쪼다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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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도 문을 닫는데서, 광화문으로 나와
바보같은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역으로 향하면서
원근이가 그리려고 생각중인 만화 스토리를 이야기해 줬는데
좀 진부하고 억지 감동을 주려는 듯한 내용에다 구리기까지 해서
걍 너의 이야기를 해라. 니가 살면서 느끼고 감동하고 깨달은 것을
남들도 100%공감할 수 있을 만큼 표현하려고 애써라. 라고 했다.
나도 사실 청각장애가 있는 이놈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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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즐거웠다.
이놈새끼는 내가 이쁜 여자가 아니라서 아쉬운 산책이었다고 한다.
관절부위를 골라가며 주먹질좀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