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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가긴 가는구나 2004년.



난 2004년에과 인연이 많다.

2003년에는 고3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확실히 고3과 군인이란 직업은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기간일 것이다.
무얼 했든간에 말이다.

18살. 고3때 나는

2004년도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2004년도 수능을 준비했고
2004년도대비가 써진 문제집만을 보았다.
2004년도 대입을 위해 그림을 그렸고
2004년도 대학별 모집전형을 보았다.
2004년도 입시 클리닉을 들었고
2004년도 2월 졸업예정자라고 원서에 썼다.

2003년을 살고 있었지만
난 2004년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2004년을 아마 2년 산 게 아닌가 싶다.

2004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2004학번, 즉 공사(공포-_-;)학번이 되었다.
2004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
2004학년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마다 써있는 년도였다.

2004년.

난 2004년을 위해 1년을 살고
2004년을 1년 더 살고
그 2년간
난 다른 2년보다 좀 더 다른 경험을 했고,
이 2년이 지나는 동안
애인지 청소년인지 애매한 입장에서
어른이라고 슬슬 취급받기 시작했다.

버스도 어른요금을 내고
학교의 사무적인 일이나
인터넷에서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물건을 사거나
통장을 만들고, 뱅킹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신용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나는 그곳에서 일단은 '어른'이었다.
더이상 부모님동의창이 뜨지 않았다.

실수도 많이하고, 서러운일도 많이겪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랑 그림밖에 걱정할 게 없으면서
살던 나에게는 갑자기 모든게 변해져서 찾아온
혼란이었고, 엄청 공황에 휩싸이기도 했다=___=
(난 특히 뭔가 머피의법칙이 맞아떨어지는 한해였다)

그리고 모든것은
나 혼자서 해치워야할 임무였다-_-!
그래서 좀 힘들었다.

힘들면 시간은 천천히 간다.
입시할때 뭐 눈감았다 뜨면 수능 100일전,
다시 눈비비면 수능 50일전, 한숨 푹쉬고 나면
수능전날 -_- 이런식으로 시간이 빨리간다고 하긴 했찌만
하루하루를 어렵게 보낸 나로선
그 빨리가는 시간도, 돌이켜 볼 때 이지
막상 시간을 지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대학와서도 힘들었다.
몸은 그다지 안힘들었는데
알바하고, 속상하고, 학교과제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기대가 크셨던 엄마아빠랑 유난히 많이 부딫히고,
맘고생을 많이했다.

힘들면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래, 힘들었다.
참 긴 2004년 이었구나.

그리고 오늘이 그 마지막날 이구나.

특별했던 2004년이 간다.
새로오는 2005년도 역시 나에겐 특별하다.
썩을 2004년을 보내고 새로오는 놈이니까 ㅎㅎ
전놈보다 딱 200%만 잘해줘라 ㅠㅠ
나 많이 애썼다.

2005년에는
득템광렙 ㅠㅠ
학점은 학기당 장학금 쬠 정돈 받아먹고싶고 ㅎㅎ
몸무게도 좀 줄이고 ㅎㅎ
좋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이 친해지고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10%정도 감춰지거나 발전되는
그런 소득이 있는 한해이길 바란다.

안녕.
또보자 2004년.

내가 링컨처럼 대통령되서 나의 실패들을 되돌이켜 볼 때,
2004년이 나를 키워준 최악의 시련이 되었길 바란다.
뭐 더 큰 시련도 상관은 없다만 요즘 난 좀 무뎌진거 같으니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