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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어른은 좋은 것

난생 처음으로 근로자의 날을 쉬어본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달도 돈을 벌지 않고 지내본 적 없는 10년차 근로자 최민희의 삶을 위해 잠시 묵념.

뭐 비교적 쉽게 벌 때도 있었고, 지금처럼 매일매일 본능을 거스르며 

아침일찍 출근하는 고통을 감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난 기본적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버는 것이 좋다.


학생 때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독립.

그리고 캐나다에 2년정도 살 때, 그리고 결혼 후에 공간적 독립을 했다.

내게있어 독립은 곧 자유이지만 사실은 독립이란 것은 어마어마한 책임이 수반되기도 한다.

내 이름으로 집을 계약하면 내가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 저곳 서류와 함께 다녀야 하고, 내 이름으로 대출을 받으면 온갖 서류를 통해 내가 나 임을 증명하고, 매달 꼬박꼬박 내이름으로 된 통장에 이자를 넣어놔야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고 내가 관리하는 집에 살다보니 매일 청소기 돌리고, 이불 털고, 빨래 해서 널고 개고, 밥짓고, 설겆이 하고, 온갖 집안일에 한정된 내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점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하느라 바빠서 집안일을 성에 찰 만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좋은 점이 많다.

내 맘대로 고양이와 함께 살 수도 있고(가장 큰 기쁨!!), 내가 가진 신용과 잔고 내에서라면 쓰고 싶은 만큼 돈을 쓸 수 있고, 이런 쉬는날은 몇시에 일어나 몇시에 밥먹든 누구도 스트레스 받는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이런 휴일의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뭘 하든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다.


어른들은 이런 자유를 아이들이 일찍부터 만끽하는 것을 어떤 이유에서든지 두려워 하기 때문에 내게 어른이 되어 좋은 점 보다는 어른이 되어 힘든 점을 더 강조해서 말해왔을까?


아무튼 몇가지 귀찮은 점만 제외하고는 어른으로 사는 것이 아이로 사는 것보다 훨씬 좋다.


우리 모두 어른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