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생이 점점 살도 빠지고 의젓해져 간다. 그래서 그런가 얼굴도 좀 잘생겨 진 듯 하다. ^__^
어디서 시작했는지 이젠 보이지도 않고,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질풍노도를 한참 헤치고 나가고 있는 나와는 달리, 꽤 최근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어 해변가에 갑자기 나타난 어마어마한 파도를 타고 서핑을 막 시작한 젊은이 최원근.
똑같은 환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나랑은 많이 다른 동생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정말 재밌다.
작년까지만 해도 좀 철부지 같았는데 공장에서 일하는게 많이 힘들었는지 두달만에 부쩍 커져 있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군대보내고 첫 휴가 때 많이 달라진 모습에 뿌듯하면서도 걱정되는 기분을 내가 느끼며 고기도 구워 먹이고, 커피도 정성껏 내려줬다.
집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바뀌지 않던 것이 남 밑에서 딱 두달 고생하며 일했을 뿐인데 스스로 깨닫고, 배우고,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난 원래 잘했는데? 싶기도 하네 ㅋㅋㅋ
잉여킹들이 모인 미대에서 그림만 그리다가 졸업 후 일년넘게 백수 생활하며 몸은 편하지만 마음만은 불편했던 원근이가 공장에서 일하게 된지 두달 째다. 터무니 없는 업무량에 힘들기만 했던 지난달과는 달리 이젠 약간 몸이 적응을 했는지, 기술을 배워가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에 또 신선했다.
이놈이 원래 신기할 정도로 바둑, 장기, 화투 같은 게임은 남들이 하는거 한번 보고 룰을 파악하고 즐긴다든지, 나한테 기계나 포토샵 다루는 법 한번만 설명 들으면 다음부터는 알아서 잘한다든지 했던, 꽤 머리가 좋은 놈인데 그게 공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이다. 지게차 운전이나 오토캐드, 기계 다루는 법을 벌써 꽤 많이 알았다고 한다.
지게차 자격증이나 오토캐드 자격증이 있으면 월급을 10만원씩 더 받는다며 올해 안에 자격증도 따고 운전면허 따서 차도 사겠다는 계획을 치밀하게 짜고 있다. 허허. 나보다 낫구나 -_-
공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너무 무뚝뚝하고 일벌레 같아서 싫었는데 한명 한명 친해지고 알아가니 다 사연이 있는, 사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며 기특한 소리를 한다. 원근이가 직접 기술을 배우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샘 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줬는데 진짜 부지런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만나면 시덥지 않은 만화얘기나 하고 그래서 사실 대화가 좀 재미없었는데 이제 조금 수준이 맞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즐겁더라.
동생이 커 가는게 참 든든하고, 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이란걸 난생 처음 -_-;;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작년까지는 내 인생의 짐짝(0.1톤에 임박하는) 같던 놈이 무게도 줄고, 이젠 내가 기댈 수 있을지도 모르는 든든한 내 편이 되어 나타난 기분?
진짜로 원근이가 잘되었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밝은 녀석이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살도록 내가 평생 신경써 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