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른다고들 하지.
당연히 그게 나에겐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요즘엔 좀 생각이 다르다.
단순히 살아온 나날들의 숫자를 곱한만큼 시간이 빨리 흐른다기 보다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아는 것에 책임을 지고 있느냐가 그 흐름의 체감속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많이 알면 알수록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고민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예전엔 미처 몰라서 지나쳤던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다 챙기게 되어버린단 말이지.
저녁식사 준비만 하더라도 20살때는 대충 싸고 입에 당기는 것들 사다가 레시피 대로 조합해 내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함께 먹을 가족, 영양 성분, 칼로리, 가격, 재료의 신선도, 보관 기간, 뒷처리 방법 등등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거든.
뭘 하나 하더라도 시간을 더 쓰게 되었는
해야 할 것들마저 늘어나버렸어.
게다가 하루에 꼬박 9-10시간은 회사에서 일하며 보내야하니
잠자기 전까지 개인시간이라고 해봐야 밥먹는 시간 빼면 4시간도 채 안되지.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해져버렸는걸.
이제는 오히려 욕심을 줄이고,
하고 싶은 것을 줄이고,
해야 하는 것을 줄이고,
눈감아도 될 디테일들을 정하고,
내가 구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될 시스템을 만들고,
등등
머리를 써서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어릴 때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모모였는데
(그래서 유니텔 같은데 비밀번호 찾기 질문-대답도 이거였지 ㅋㅋ)
점점 바빠지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까봐 너무너무 무서웠다.
막상 이렇게 되니 생각만큼 무서운 일인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대로 넋놓고 흘러가는 대로만 지낸다면
어쩐지 내후년쯤 만성피로에 쩔은 무기력한 직장인으로 안주해버릴 것만 같아서 좀 불안하다.
지금의 내 바램이자 목표가 있다면
일주일에 3일정도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빈둥대며 한가하게 산책도 하고, 외식을 해도
큰 문제 없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질만한 능력과 환경(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나)을 만드는 것.
모모에서처럼 시간의 저축개념같은건 다 소똥같은 존재라는걸 알지만
그래도 주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면 결국 이 모든걸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일할 때 열심히 바쁘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 느긋이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