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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디태치먼트, 한자와 나오키

Detachment, 참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제목이다.

에이드리안 브로디가 선택한 영화이고, 감독이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만들었었다니, 간만에 기다려온 영화를 보러 갔다. 최근에 홍수처럼 개봉하는 마블영화와 각종 히어로가 나오는 헐리우드 무비 덕분에 영화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살고있는데, 정말 얼마만에 진짜로 '기다린' 영화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런 영화는 개봉 첫주가 아닌 이상 직장인은 도저히 시간내서 보기 힘든 시간에만 개봉해버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도대체 영화 한편 보기도 참 어려운 요즘이다.


영화는 너무 좋았고, 그보다 더 좋았던건 함께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감독이 천재야!'라고 외치며 흥분 할 수 있는 친구가 남편이라는 것. (면조는 흥분까지 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인데, 엮여있는 사건들이 복잡하다보니 오히려 전체적으로 단순해보이는 영화였다. (글주변이 없어서 작가, 감독이 천재라고 밖에는 평할 수가 없다.)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선생님에 따라 좋아하는 과목이 바뀌던 시절이었다.

물론 좋아한다고 해서 그 과목의 시험점수를 잘 받지는 않았다. 난 그정도로는 모티베이션이 되지 않는 복잡한 애였다. ㅎㅎㅎ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역사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났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딱히 역사에 흥미가 없는 나인데도 국사시간은 항상 기다려졌었다. 내가 좋아했던 중고등학교 역사선생님들의 공통점은 첫학기 3-4시간을 할애하여 내가 역사를 배움으로 인해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될지를 상상하게 해주셨다.

E.H.CARR의 책을 직접 읽지도 않았는데, 평생동안 전혀 없던 역사와 나의 연결고리에 대한 지적호기심과 뜨거운 학문에의 의지(?)같은 것이 생길만큼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주셨다.

암기과목을 잘 못했던 나는 점수는 그저 그렇게 받았지만, 적어도 국사시간에 잠을 자거나 딴청을 피우지 않았다. 왜 이 과목을 배워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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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는 일본드라마다. 아직 1화밖에 보지 않았다. 1편은 1시간 정도 분량으로 꽤 길다. 총 10화까지 있다. 나오키가 이름이고 성이 한자와인 사람이 은행에서 융자팀에 근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큰 돈을 쥐고 다양한 기업과 관계를 맺는 은행이, 그 힘으로 한 기업, 가정,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이야기다.

복잡한 세상 이치를 꽤뚫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진실성에 대해 심플하게 이야기하는 드라마..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일본의 문학이나 영화, 만화, 드라마를 보면 참 낯간지러운 대사가 많이 나온다.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가치와 이치를 굳이 언어로 표현하고 상황으로 만들어 간질간질 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이야기를 굳이 할 수 있다는 점은 또 존경스럽다.

사실 그런 올곧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할 필요가 없어서' 또는 '낯 간지러워서'가 아니다.

그런 말을 함으로 인해 '잘난척하는', '촌스러운', '융통성 없는', '나이브한' 사람 취급을 당할까 두렵고,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어쩌다 맞는 말을 해도 꽉막힉 사람 취급을 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제 있음을 지적하는 자체가 어른 또는 기득권에 대한 반항, 반역이라는 분위기의 국물은 사회 곳곳에 짜게 졸여들어 있다고 느낀다.

'시스템, 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니 바꿔야 한다'고 말을 하면 되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처럼) 잘 하지 못하는 너의 잘못이다'라는 대답에 30년째 적응 못하는 내 문제일 수도 있다.

때로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잘못한 존재가 되는 분위기에 애들이 지치는게 당연하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계속 죽어있고,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그노무 경제가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다소 오버스러운 상황과 연기지만 감정이입해가며 재밌게 봤다.

언제 남은 9편을 다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도도 봐야하고 꽃할배도 밀려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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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시작부터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고있다.

지난달부터 책도 많이 읽고 있다.

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 미하엘 엔데의 동화들을 읽었다. 먼나라 이웃나라도 봤다.

지금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든다.

전세계인이 인정한 고전문학을 읽으면 온갖 기분을 느끼고, 그 기분이 결코 나쁘게 흡수되지 않는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