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오랜만에 캐나다에서 같이 놀던 언니들이랑 술한잔 하면서 나온 이야기.
개콘의 어느 프로에 할아버지가 나와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젊은이에게 했던 말
돈? 돈 많~이 벌어서 뭐할려고?
돈 많이 벌어서 소고기 사먹을려고?
소고기 사먹고 기운세져서 뭐할려고?
기운세져서 일 열심히 하려고?
일 열심히 해서 뭐하려고?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려고?
돈 많이 벌어서 뭐할려고?
돈 많이 벌어서 소고기 사먹을려고?
...
아 결국은 저 루틴속에
내가 선택 가능한 것은 '소고기' 뿐인가?
난 참 하고 싶은게 많은데,
그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면서 하루 열시간씩 일하고 저녁에 집에와서
또 내일 일을 하기 위해 밥먹고 씻고 운동좀 하고 잠이 든다.
투정부려도 소용없이 결국 어른이 된 이후는 일을 하기 위해서 사는건가보다.
일, 즉 내가 무얼 하는지가 곧 나라는거다.
그외 부수적으로 어떤 곳, 어떤 집에서 어떤 차를 끌며,
어떤 음식을 먹으며, 또 어떤 옷을 입고 사는가도 날 구성하겠지.
일 빼고는 전부 돈이 필요한 것들.
결국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고도 잉여자금이 남는 수입과,
누가 무슨일 하세요? 물었을 때 '나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만한
나에게 어울리는 일거리.
그리고 잉여자금 가지고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취향.
이 셋을 확보하면 대충 '나'라는 사람의 윤곽이 보일려나?
물론 지금도 있는 것들이지만,
썩 맘에 들지는 않지.
여튼 술자리였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간만에 사는 것에 대해 명쾌한 고민을 해본 듯하네.
낼 출근해야 하니까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