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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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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재외국민 선거 참여율이 엄청나게 높았다는 뉴스를 봤다. 지난 오스턴 휴일에 나와 나그네가 한 시간여를 운전해서 가서 참여하고 온 것도 집계에 포함되었겠지. 우리는 머릿속에 한 번에 진행 중인 토픽이 다국어로 많다 보니,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정치판에는 관심이 덜 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국회는 뭐랄까. 좀 한심하다. 이렇게까지 아무나 권력을 가질 수 있구나, 한 번 가지면 그냥 밀어붙여서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론을 눈속임하려는 수고조차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굳건한 지지층을 보면 아이티업계 은퇴를 서두르고 어르신들 살아계시는 동안 정계에 입문해서 듣고 싶은 말들을 해주는 편이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영리한 길처럼 생각될 지경이다...
번뇌와 고성 지난주까지 들끓던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좀 잠잠해졌다. 이런 감정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절대 잊지 않았는데 벌써 찾아오고 방심하면 또 찾아오고 그냥 같이 산다. 하지만 소강기는 반드시 있다. 그것도 신기하다. 동료들이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 이렇게 서로서로 관심 가져주고 살지, 그만두고 나면 안부 묻는 것조차 좀 이상한 사이가 곧 되어버리겠지. 나는 왜 어쩌자고 회사를 때려치고 싶은가.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싫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나, 왜 딱히 부족할 것 없는 지금의 삶에 나는 불만인가 생각하다가, 수긍이 가는 발견은 하나도 없이 점점 흐릿하게 멀어져 가는 의식을 배웅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총명함과는 좀 거리가 멀고 일할..
너무 일만 하면서 사는 것 같다 회사의 업무가 점점 늘어난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재밌었는데, 이제는 버거운 마음이 들고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책임이 점점 늘어나고, 매니저가 풍기는 뉘앙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잘 해냈을 경우 어느 정도 승진 같은 보상도 주어질 것 같다. 다만 업무 시간 동안은 내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 외에는 더 잘하려고 애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회사가 잘 된다고 내게 직접적으로 콩고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고, 업무가 늘어나니 스트레스도 늘고 쉬는 시간도 거의 없어지고 자세도 안 좋아지는 등 내게 끼치는 악영향이 더 많다. 그리고 예년처럼 결국은 보상이 째끔 늘어난 보너스 정도로 그친다면 애쓰기는커녕 나도 파업전선에 끼고 싶은 마음이다. 안타깝게도 이 업계는 운항/운송업처럼 사..
아름다움을 곁에 두기 1월 들어 읽은 책이 두 권 있다. 마르셀 서루의 소설 '먼 북쪽'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에세이 '그늘에 대하여(음예예찬)'다. 작년부터 읽고 있는 삼체 2권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결국 병행으로 다른 책을 읽게 되었다. 삼체 1권은 정말 어마어마한 설정에 흥미롭게 처음부터 끝까지 꽤 분량이 많은데도 단번에 읽은 편인데, 2권은 싹 바뀐 인물들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그 인물들이 겪는 이해의 어려움을 나도 겪느라(대체 왜, 하필 이 인물이, 그리고 이 인물은 이미 죽고 없을 수백 년 후의 일에 대비해야 하는가)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개인적으로 되게 웃겨하면서 읽었던 우스꽝스러운 삼체 세계에 대한 게임을 통한 묘사가 2권에는 더 이상 안 나오니 그것도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무..
순조로운 다이어트 면조가 한국에 방문하느라 혼자 지내는 기간을 활용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2주가 채 안 지났는데 마지막으로 한국 다녀와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11월 중순에 쟀을 때의 비해 체중은 3kg가량 줄었고, 골격근량이 늘었고 체지방이 줄었다. 체성분 통해 단순하게 계산해서 알려주는 것 같은 기초대사량도 1830대로 양호하다. 역시 방해하는 사람이 문제였구나! 그리고 혼자 있으면 집안일을 혼자서 다하니까 집안에서의 움직임도 좀 늘어나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식단과 운동은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주 2회 헬스장 가서 근력운동 헬스장 안가는 날은 집에서 요가 25~40분짜리 프로그램을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서 아침밥 10시경에 견과류, 커피 점심밥 12시경에 순단백질 30그람 이상 섭취하도록 신..
연말의 하츠코이와 1월 계획 (구)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좋은 친구분 덕분에 연말을 아주 즐겁게 보냈다. 일드를 좋아하는 사람 셋이서 하츠코이를 다시 정주행 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클리셰가 작정하고서 범벅된 드라마였고, 셋 다 이 드라마를 두 번째 보는 거였고, 워낙 잘 만든 드라마여서 같이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싶다. 2023년도 재미있는 작품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쉽게도 24년의 기대작은 아직 없다. 작년에 평가가 좋았는데 나는 아직 못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관객이 엄청 많이 찾았다는 서울의 봄을 나도 보고 싶다. 한 달 넘게 읽고 있는 책들을 어서 다 읽고 새로운 책을 한국 다녀오는 식구한테 부탁해서 사다 봐야지. 식구가 여행하는 동안 스위치를 독차지해서 젤다의 세계에서 실컷 놀아야..
연말에 느끼는 부채감 스마트폰, 카메라(DSLR), 아이패드들, 그리고 필름카메라까지. 갖가지 기계로 찍은 사진들이 있다. 대충 스마트폰 시대부터만 헤아리더라도 약 15년간 사진을 주야장천 찍어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난 전혀 정리하거나 한 군데에 모아두지 않고 살고 있다. 대체 사진 정리란 것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5년간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해 왔고, 아직 대답은커녕 언제 제대로 고민하기 시작할지조차 모르고 있다. 점점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좀 도움이 되어 주겠지만 언젠가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다. 연말이 되니까 이런 '미처 끝내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일단은 시작하고 엔딩을 보지 못한 게임, 완독 하지 못한 책들이 떠오른다. '우리 한 번 밥 먹자, 만나자' 약속해 두고 ..
또 코로나 또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세 번째인가? 오미크론류인 것 같다. 목이 칼칼하다가 엄청 따끔대며 아파지고 열이 나서 일단 오후 병가를 쓰고 누웠다. 다음날도 병가로 쉬면서 나그네에게 부탁해서 검사키트를 사다가 검사해 보니 시약이 퍼져나감과 거의 동시에 선명하게 두 줄이 떴다. 검사를 수도 없이 해봤지만 진짜 걸렸을 때는 이토록 의심의 여지없이 두 줄이 뜨는구나. 오늘은 어차피 오후에 팀 전체 종무식 비슷한 버추얼 미팅이 있어서 병가를 쓰지 않았다. 이틀 쉬었고 다들 내가 코로나 걸려서 오래 쉴 것을 예상하니 일이 별로 없다. 슬렁슬렁 존재하지 않는 척하며 보내야지. 걸린 원인은 자명하다. 지난 주말에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아서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가 반나절을 보내버린 그 유명한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