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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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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고성 지난주까지 들끓던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좀 잠잠해졌다. 이런 감정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절대 잊지 않았는데 벌써 찾아오고 방심하면 또 찾아오고 그냥 같이 산다. 하지만 소강기는 반드시 있다. 그것도 신기하다. 동료들이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 이렇게 서로서로 관심 가져주고 살지, 그만두고 나면 안부 묻는 것조차 좀 이상한 사이가 곧 되어버리겠지. 나는 왜 어쩌자고 회사를 때려치고 싶은가.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싫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나, 왜 딱히 부족할 것 없는 지금의 삶에 나는 불만인가 생각하다가, 수긍이 가는 발견은 하나도 없이 점점 흐릿하게 멀어져 가는 의식을 배웅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총명함과는 좀 거리가 멀고 일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근미래의 나 큰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디자인 뮤지엄을 찾아본다. 유럽에 살다 보니 기회가 종종 온다. 이미 바우하우스는 100주년을 넘어섰고, 디자인이란 주제만 가지고 산업이 발달한 큰 도시마다 커다란 박물관을 채우고 남을 역사가 쌓였다. 내가 푹 빠져서 공부한 분야가 쌓아 올린 역사여서 약간 자랑스러운 기분도 든다.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는 커다란 벽에 시대를 대표했던 디자인 제품의 실물들이 콜라주 되어 있었다. 그중에 내가 가져봤거나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제법 많았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은 외형이 보기 좋고,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그 것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수월하고 즐겁게 하도록 한다. 그런 이유로 최저가 또는 가성비가 우월한 다른 제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서 ..
시골 한복판과 도시 한복판의 생활 런던은 재미있는 도시다. 빅토리아시대가 얼마나 번영했는지는 몰라도 당대에 지어진 많은 건물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고, 현대적(모던하다)이라 불리는 건물이나 인프라스트럭처는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럭저럭 잘 쓰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도로가 굉장히 좁은데도 양방향 차선이 존재해서 버스조차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도심 한복판에는 비싼 비용을 내야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공원들이 정말 많다.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정원, 동물원 등이 있어 이곳에 살면 누구나 신청하고 대기해서 가드닝도 할 수 있다. 건축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과 주변환경을 지키기 위해 거주민들이 단결해서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거나 하는 걸 소송을 통해 막는다는 이야기도 ..
워케이션 약 2주간의 일정으로 런던에서 생활하며 리모트로 일하고 있다. 이걸 부르는 신조 조합어(워케이션)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어제 랜선친구분께 배웠다. 판데믹 이후에 생긴 말일까? 그 이전에도 풀리모트 잡은 있었으니 꼭 그런 건 아니겠지. 내게 워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유연성을 허락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덕분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미 서울에서도 여러 번 워케이션을 가졌었구나. 물론 그건 베케이션이라기엔 너무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건 워런틴?? 시골에 콕 처박혀 살다가 오랜만에 내 고향이 아닌 대도시를 방문했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어제 산책하러 나갔다가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지내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대영도서관이 있길래 그곳 구경을..
독일에서 출발해서 이탈리아 캄파냐 지역까지 간 11간의 로드트립 이 글은 단순한 일기일 뿐 여행기나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10월 첫 2주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홀한 경험이었다고 요약하고 싶다.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총 4000km가 몇 미터 모자라게 운전을 했고,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 도착해서 전부터 보고 싶었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하나 보고, 베네치아 근처에서 하룻밤을 잤다. 하루 만에 거의 900km를 운전했으니 첫날 운전을 가장 많이 했다. 물론 운전은 면조가 한 70% 이상 했고, 고속도로나 지루한 길을 운전해도 졸리지 않는 내가 피곤한 시간만 담당했다. 이탈리아 시내운전은 마치 서울의 복잡한 도심과 비슷한 느낌인데 독일에서만 운전하며 살다 보니 적응이 잘 안 되어서 어지간하면 면조가 운전했..
스위스 양조장 투어. 빡세고 아름다웠던 3박 4일 면조 친구들을 따라 스위스의 맥주 양조장 투어를 다녀왔다. 3박 4일간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 맥주를 마시면서 다닌 것 같다.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St. Gallen에 있는 Kornhaus Bräu에서 다 같이 모였고, 취리히 근처 Winterthur에 있는 Chopfab(코프압이라 읽음, 촙밥아님 주의 ㅋㅋ)에 들렀다가 루체른에서 1박 후 다음 날 인터라켄에 있는 Rugenbräu를 방문, 마지막으로 Bossonens의 Boss Bier까지 총 4개의 양조장을 방문했다. 그중 하나는 면조 친구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셋째 날 낮동안 면조와 친구들이 그곳에서 페스트 비어를 양조하는 동안 나는 혼자서 로잔 시내를 구경했다. 각 브루어리에 대한 감상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생략하기로 한다. 전문적인..
OOP in Europe 친구들이 다녀갔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제법 알차게 넷이서 독일 중서부와 파리를 돌아다녔다. 독일에서는 내가 사는 곳, 그리고 근처의 관광 도시 하이델베르크, 숙소가 있던 만하임, 또 끝없는 와인밭이 내려다 보이는 요하니스베르그 성을 둘러 보았다. 파리에서는 둘둘씩 또는 각자 찢어져서 가고 싶은 곳을 보고,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같이하는 여정을 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8월 초 한창 휴가철의 파리는 지난주의 무시무시한 더위가 한 풀 꺾여 여행하기 더없이 훌륭한 날씨로 반겨줬고, 그래서 베르사유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래도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 오랜 친구들과 같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 멋진 거리에 넋을 잃고 걸어다녔고, ..
Stockholm 마지막날, 다시 Hamburg로 돌아간 밤과 다음날인 여행 마지막 날 전날 먹은 인도 음식이 양이 많아서 좀 늦게 잤다.그래서 영화 Juno를 보고 잤다. 독일에 와서 다시 생각나서 보려고 하니 스웨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는지 안나오더라. 좋은 영화였고, 계속 떠오르는 캐릭터와 음악이 깊은 여운을 주었다.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날은 아침 기차를 타야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이 호텔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마스카포네 치즈와 베리쨈을 곁들인 팬케이크를 마지막으로 먹었다.마지막이니 세장 먹을까 하다가, 그냥 두장만 먹었다. 가장 맛있는 적정량을 지커줘야 할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싸다 만 짐을 마저싸고 체크아웃 후 서늘한 아침 거리를 이어폰 꼽고 걸었다.킹스턴 루디스카 음악과 함께 걸으니 활기차고 청량한 아침이었다. 스톡홀름에서 함부르크까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