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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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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11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3년차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며 안락의자에 앉아있다. 때는 바야흐로 역병의 시대, 작년부터 쭉 재택근무만 하고 있다. 그리고 문득 벌써 디자인 일을 꽤 오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헤아려보니 어느새 십 년이 넘어 있는 것이다. 와우. 물론 내 커리어는 커리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다. 디자인하다가 때려치우고 경영학 공부하고, 다시 도저히 경영학 전공을 살린 일은 하기 싫어서 디자인 필드로 돌아왔다. 대신 한창 인기가 좋은 UX필드로 살짝 방향을 틀어 전직했다. 현재는 독일의 클라우드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도 타이틀은 UX 디자이너긴 하지만 경영학에서 배운 지식도 써먹을 겸 프로덕트와 서비스 기획도 하니까 스스로를 프로덕 디자이너로 칭하고 있다. 놀랍..
스튜디오 촬영 구경 그리고 화보 보정에 얽힌 애환 말로는 그래픽디자이너라고 하지만 사실 할 줄 아는건 다 한다. 이번에 잠깐 보정 알바 하면서 스튜디오에서 모델 화보 촬영하는 것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현장에 들어와본건 또 처음이라 꽤 재미있었다. 물론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라 가로수길의 허름한? 스튜디오를 임대해서 모델 한분과 6벌 정도를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늘 작업실에 틀어박혀 혼자 일하는 나는 남이 일하는거 구경만 해도 정말 재밌다. 내가 할 작업은 찍어둔 사진을 화보용으로 그럴싸하게 보정해내는 포토샵 작업. 어쨌든 프로인 모델, 비싼 헤어 메이크업, 솜씨좋은 포토그래퍼가 뭉쳐도 사진이 내 맘대로 나오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실물로 봤을 때와 다르게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모델분 얼굴도 그렇고 -_-; 전체적으로 크고 땅딸하게 나오더..
디자인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 영화를 배우는 학교는 필름스쿨이라고 따로 명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다닌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의 커뮤니케이션디자인전공 또한 독특하기는 이를 데 없다. 디자인학교라고 뭉뚱그려 말해도 혼내지 말아주세요. (뒷담화는 오케이) 디자인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것은 '멋진 레이아웃 디자인하기' step 1 to 10 같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의외로 굉장히 추상적이고 뿌연 것들이 많다. 물론 어도브툴이나 기타 수작업 등의 스킬을 배우기도 한다만, 대놓고 수업을 하기보다는 과제를 통해 스스로 배워야 하는 느낌. 대신 전시회 보고 와서 감상문을 쓰거나, 디자인 이론, 저명한 작품들에 대해 분석을 한다거나, 디자인은 과연 무엇이고,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이며, 어찌해야 잘 할 수 있는지를 죽어라 고민한다거나, 영화, 음..
New Wave전 목요일날 한 때 자주다녔던 군자의 페이퍼갤러리에서 하고있는 뉴웨이브전을 보고왔다. 뉴웨이브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 지하 카페와 2층의 전시관, 두 곳에서 하고 있다. 윗 사진은 지하 카페의 벽면. 두통약 광고 컨셉 같은거 없이 친구들 얼굴로 장난치기 정도였으면 딱 재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건 나뿐인가. 이거 보고 제일 크게 웃었음. 아기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슷한 구도로 재현해놓고, 아래 소감같은게 쓰여 있는데 짧고 굵은 한마디. "재부팅 하고 싶다" 서울의 복잡한 전봇대며 전깃줄을 오브제로 표현한 인포그래픽. 정보의 정확함을 위해 엄청난 수고를 했겠지? 발상은 중고딩스러운데 막상 짜증나는 인물들 얼굴에 남이 낙서한거 보니까 기분은 좋더라. ㅋㅋ 이것도 좀 멋졌음. 여러사람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고 볼 수 있..
프리랜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간지나는 작업태에 대하여... 1. 단가가 쎈 일을 따내서, 2. 내가 꿈꿔온 비주얼대로 아주 그럴싸하고 멋지게 만든다. 물론 이 두가지가 매번 동시에 충족된다면 나는 이런 주제로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다만, 사실상 1과 2가 동시에 충족되기는 어렵잖아. 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은 말이지. 게다가 현실의 나는 '구직 활동의 의지가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먹고 사는' 소위 말하는 '프리터'나 다름없으니까. 주위의 어른들, 친구들, 클라이언트들이 보기에 상당히 니트하고 별 야망없는 젊은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구직활동의 의지가 없는 이유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도 아니고, 진로를 결정 못해서도 아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아직까지는) 프리랜싱이 더 할만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는 뭔가 고민이 많았다. 벌써 여기..
인생은 저녁식사로 고기를 씹는 맛에 사는 것 건대입구역 2번출구 바로 옆에서 파는 소세지에 마요네즈를 줄줄 뿌려 먹으면 끄앙-굿 화양시장쪽 분식점 소풍에서 참치 주먹밥 사다가 육개장 사발면이랑 같이 먹으면 우주최고 ㅠㅠb -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 밤새 술을 마시면서 드라마는 무엇이고,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고, 이데올로기는 무엇이고 이소리 저소리 헛소리, 목청껏 토론과 수다를 즐기는 거다. - 내가 지금 하는 일, '디자인'이란 것은 현재 너무나 산업과 밀접한 관계에 위치해서인지 마땅히 추구할만한 형이상학적인 목표는 없는 편이다. '예술'적인 것에 대해서 자신있게 주장을 펼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적 감각'과 같은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 밀기엔 또 너무나 의견들이 다양하다. 즉 ..
남이 알아주지 아니해도 화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子曰學而時習之(자왈학이시습지)면 :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이를 익히면不亦說乎(불역열호)아 :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면 :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不亦樂乎(불역락호)아 :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人不知而不慍(인불지이불온)이면 : 남이 알아주지 아니해도 화내지 않으면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당연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공자님. =_= 특히나 요새 이 구절을 생각하며 손바닥에 참을인자를 쓰는 일이 많다. 나는 군자가 되고 싶으니까! 가끔 '어떻게 되어도 좋은게 좋다'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하면서 자신을 상당히 유연하고 오픈마인드라고 자위하는 사람을 본다. 인생이나 일에 있어서 믿음이나 확신을 가지고 추진, 지향하는 뚜렷한 목표 설정..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2010 피파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역시 내 평소 관심사와는 약간 먼 축구가 아닌, 역시 주제가와 개막식, 개막콘서트, 경기장 디자인 등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역대 가장 동그랗다는 축구공 자불라니도.... 사진 출처 : World Cup Buzz (http://www.worldcupbuzz.com/world-cup-2010-match-day-ball-revealed/) 축구공 모양 자체도 예쁘고 가장 동그랗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관심사는 이 것 이었다. "저게 가장 동그란 축구공이라면 그럼 여태까지의 축구공 피버노바 같은 놈들은 다각형이었다는 소리인건가? 아님 찌그러졌었다는 소리????" 여튼 미스테리다. - 상당히 맘에드는 월드컵 공식 테마송 K'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