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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져

mingsss 2006. 5. 18. 02:24


지하철에 앉아있다.
12시에 알바가 끝나고 타고가는 11시 58분, 11시 8분
둘중 하나 차를 늘 탄다.

늘 같은 버스기사 아저씨
승객들도 이젠 낯이 익다


Finch west길에는 흑인이 많아서
어느날은 나만빼고 승객 모두가 흑인이라던지
그런경우도 있지만

Young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중국사람들이 많이 탄다
한국사람들도 몇몇타고
하지만 역시 인디아나 남미분위기의 사람까지 섞여서
얼굴까만 사람이 많이탄다


어제는 내 앞에 두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낯이익은 흑인아저씨가 안쪽에 앉아있었다
얼마 후 낯이익은 어떤 중국인이 와서 앉는다
머리엔 젤을 발랐는지 겉에만 덩어리로 굳어져 있고
양파를 날카로운 칼로 잘라논것 마냥 헤어컷도 영 웃기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든다
중국어로 쓰여진 microsoft word97 책이다.
왜 97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짧은 컴터강사 경력상
저런식으로 책장을 무작위로 한장한장 읽으면서
넘기는 것은 프로그램 공부에 썩 도움되지도 않는데도
그사람은 한자한자 열심히 보고있다
굉장한 집중력인지 아니면 주변상황을 무시하는건지
버스가 휘청거려서 온승객이 반쯤날라도
굳건히 보고있다


안쪽에흑인아저씨는 언제나 보지만
패션이 참 괜찮다. 그날은 갈색과 아주진한 회색이 섞인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가방도그렇고
어느 회사에서 관리직정도는 맡고있을 사람같다


흑인아저씨가 내릴때가 되었는지 벨을울리고
일어나서 나가려고 시도하지만
중국아저씨는 다리를 떡벌리고 계속 책만읽을뿐이다

Excuse me 라고 말하면서
좀 앞으로 몸을 기울이니까
중국아저씨가 갑자기


쿵후영화 주인공이라도 된것처럼
열라 화려한 팔동작으로 흑인아저씨 때리는 흉내를 내는거다
ㅡ.,ㅡ;
웃겼다

하지만 흑인아저씨도 몹시 기분나빠 보이는게
둘이 아는사이는 절대로 아닌거 같다


흑인아저씨는무시하고 내리고
중국아저씨는 끝까지 때리고 마무리를 하고있다
허공에.


그러더니 창문밖으로 흑인아저씨 지나가는걸 찾더니
가운데손가락을 열라 빳빳히 세우고 킥킥거리는거다


What a loser -_-;

물론 그 중국아저씨는 입밖으로 소리한마디 낸적없다
자기 주장같은것도 확실치 않은 채
혼자서 마임을 해대고는 그렇게 좋아하다니
다른사람에게 피해까지 주고선 그사람 기분까지 완전
망쳐놓는 짓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자신이 잘못한건지도 모를거 아냐 ㅡ.,ㅡ


잼난구경이긴 했지만 유쾌하진 않았다

이날의 버스안 에피소드는 많지만 자고일어났더니
영상으로 떠오르며 기억나는 정도의 이야기는
이것뿐;;